ATM 국산화 첫 성공

ATM 국산화 첫 성공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업계가 전량 일본에 의존하던 현금입출기(ATM) 핵심부품을 자체 개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이고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육성할 길이 열렸다.

 14일 LG엔시스는 독자 개발한 ‘환류식 지폐입출모듈(BRM)’을 장착한 ATM을 선보였다. 노틸러스효성도 상용화 개발을 완료했으며 다음달 은행권을 대상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BRM은 현금을 넣고 찾는 ATM에서 지폐를 감별하는 데 쓰는 모듈이다. 그간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업계는 출금 기능만 있는 현금지급기(CD)의 감별 모듈은 국산화했지만, 입출금을 함께 지원하는 ATM용 BRM은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했다. LG엔시스와 노틸러스효성은 각각 후지쯔 프론테크와 오키로부터 BRM을 공급받았다.

 정병선 LG엔시스 금융자동화사업부문장은 “그동안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 부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기술 종속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ATM 핵심부품 국산화로 연간 500억∼1000억원에 이르는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1990년대 중반, 국내에 ATM을 처음 도입한 이후 15여년 만에 이룬 성과다. 핵심 부품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함으로써 매년 막대한 국부가 유출됐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됐다.

 ATM 완제품 원가에서 BRM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0%에 달한다. 해마다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돈이 일본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신권 발행으로 인한 ATM 교체가 있을 때면 늘 외국 업체만 배를 불린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2000년대 들어 업계가 뒤틀어진 산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나 50여년의 금융자동화기기산업 경험을 지닌 일본의 기술력을 쉽게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2003∼2007년 민관 공동 개발사업을 포함해 1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국산화 노력을 펼친 끝에 마침내 결실을 얻었다. 국내 금융자동화기기 산업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해외 수출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더불어 대일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다만, 첫 국산 BRM을 장착한 ATM이 얼마나 국내외 금융기관의 호응을 얻을지가 관심사다. 실제 성능과 가격 면에서 기존 일본산에 비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녔는지가 향후 실질적인 성공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ATM 국산화 첫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