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소매업자대회 개막…유통업 미래상 제시

아·태 소매업자대회 개막…유통업 미래상 제시

  # 30대 중반 직장여성 A씨. 퇴근길 회사 빌딩 앞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에 발길을 멈춘다. 화려한 이미지의 대형 화면은 의류· 가전· 식품· 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의류에 손을 대니 갑자기 스크린이 말을 한다. “올 겨울 30대 여성이 관심을 갖는 겨울코트입니다.” 한 모델이 입고 나온 코트가 마음에 든 A씨는 다시 스크린에 손을 댄다. 그러자 색상, 가격, 원단정보, 세부 사이즈 등 코트 정보가 주르륵 쏟아졌다. A씨는 매장도 점원도 없는 화면에 신용카드를 갖다 댔다. ‘삑’소리와 함께 결제 완료 메시지가 뜨고 다음날 코트는 집으로 배달됐다. <말하는 스크린 i-wall(interactive-wall).>

 # 주말을 맞아 대형마트를 찾은 A씨. 들어서자마자 1m 높이의 휴머노이드 상업용 로봇이 반긴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연어· 포도· 사과를 30% 세일 행사합니다”며 전단지를 나눠준다. 시식행사, 판촉도우미도 로봇이다. 매장에는 ‘똑똑한 카트’가 놓여있다. 카트 위에 놓인 LCD 모니터는 제품이 진열된 매장 위치를 한눈에 보여 준다. 또 해당 제품을 카트에 담기만 하면, 모니터는 ‘가격과 원산지’, ‘추천요리’, ‘재고상태’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 설 필요도 없다. 카트에 담는 순간 자동으로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지능형 탈의실 Virtual Fitting.>

 먼 미래 쇼핑 모습이 아니다. 불과 몇 년 후에 벌어질 일이다. 말하는 스크린· 지능형 탈의실 등 유통 분야 최신 정보기술(IT)을 엿볼 수 있는 ‘제14회 아·태 소매업자대회’가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아시아태평양소매업협회연합· 한국소매업협의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 행사는 국내외 107개 유통업체가 참가해 나흘간 미래 소비 생활은 모든 것을 보여 주는 등 유통업의 미래상을 소개한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개막식에서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큰 몫을 하고 있는 유통업계가 국제적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행사를 연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이번 전시회가 유통 산업의 친환경 매장 건설과 IT기술을 응용한 물류시스템 등 실천적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 주는 계기가 될 것”고 주장했다.

 이 날 콘퍼런스에서는 또 ‘글로벌 유통 산업 동향과 성공전략’이라는 대주제로 토론도 열렸다. 세계적인 브랜드 전략 전문가 마틴 롤 벤처리퍼블릭 CEO,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등이 미래 유통업에 대한 조언을 제시했다. 15일에는 ‘기술 혁신과 유통혁명’라는 주제로 최신 유통업에 도입된 IT 기술 현황 등을 소개하고 16일에는 유통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미래를 알아보는 토론도 열린다. 김상열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친환경과 IT기술을 테마로 미래 소비 생활을 구현한 이번 전시회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 한국의 유통 신기술을 소개하는 자리”라며 “새로운 수출시장을 선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