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으로 올해 시나리오별 비상 경영 체제로 운영했던 삼성그룹이 내년 정상적인 경영 체제로 복귀한다. 비상 경영으로 삭감했던 성과급도 모두 원상 복귀했다. 본지 8월 31일자 3면 참조
삼성 관계자는 14일 “올해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바뀌면서 수시 대응(시나리오) 체제로 대응했는데 내년은 조금 다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환율이 하락하고 유가가 오르는 등 시장 불안 요소가 남아 있지만,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영 위기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계열사별로 매년 10∼11월께 이듬해 사업 계획을 마련한다. 지난해엔 전사 경영회의에서 사업계획(A)을 확정하면서 별도 비상 경영 계획(B)을 정했지만 경기상황이 예상 외로 급격히 악화하자 불과 10일 만에 두 안을 모두 폐기하고 수시 대응 체제로 전환했다. 삼성은 최근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해 원달러 환율 1100원, 금리 6.4%(3년 만기 회사채 기준), 배럴당 유가 84달러, 경제성장률 2.3%를 제시하고 각 계열사에 지침을 내렸다.
삼성은 이날 오후 노사협의회를 열고 성과급 상한 원상 복구에 합의했다. 삼성 측은 “임직원 모두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으며 실질적으로 성과도 거둔 만큼 임직원 신뢰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축소 했던 성과급을 원상복구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 초 노사 협의에서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던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30%로 낮추고 상·하반기에 각각 기본급의 최대 150%를 지급하던 생산성 격려금(PI)도 100%로 결정했다.
PS와 PI는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높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적·규모 등을 고려한 삼성 특유의 보상 체계다. PS는 이익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 20% 한도에서 개인·팀별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가 연초에 주어진다. 삼성전자는 또 임원 비즈니스석 출장, 야근 교통비 지급, 연차수당 등의 제한 조치도 해제했다.
PS·PI 원상 복구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 경영진은 이날 열린 정기 사장단 회의에서 고규영 KAIST 생명과학기술대학 생명과학과 교수를 초청해 ‘바이오 신약, 항체의 기술발전 동향’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고 교수는 이 자리에서 바이오 신약은 화학 합성물, 생물제제, 항체 신약으로 나누며 항체 신약은 다시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바이어 베터(better), 뉴(new) 바이오로 나누고 이들 산업은 IT 산업과 유사해 삼성에 적합한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