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
하이코 에른스트 지음, 김시형 옮김, 열대림 펴냄.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누굴까? 당연히 금메달리스트일 것이다. 그 다음은 동메달리스트라고 한다. 메달권 안에 남았다는 안도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행복해한다.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1등을 빼앗겼다는 자괴감에 2등의 행복감 마저 누리지 못하고 괴로워한다고 한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남보다 더’ 행복하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이다. 비교하는 심리가 행복감을 감소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아무리 애써도 잡히지 않는 행복의 심리학’이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행복은 삶의 ‘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에 집중한다고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떻게해야 이를 수 있는 경지인가?
저자는 ‘인생을 잘 사는 것에 대해’라는 머리말에서 행복을 향한 인간들의 다양한 노력과 어리석은 욕심을 지적한다. 성공을 위한 처세술에서부터 인기 급상승중인 실용 철학, 그리고 과학과 접목한 행복관리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도가 이뤄지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게 현실이다. ‘행복이란 대체 무엇인가’ ‘행복은 선택하는 것’ ‘영혼의 연금술’ 등 총 7장으로 나눠진 본문에서 저자는 한걸음 한걸음 행복에 관한 그의 생각들을 펼쳐낸다. 달라이 라마,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 세계적인 사상가이자 스승들의 행복론이 저자의 생각과 어우러져 곳곳에 녹아져 있는 것은 또다른 읽는 재미다.
심리학자이자 저술가, 오랫동안 심리학 전문잡지 편집장을 맡았던 저자는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행복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행복은 잘 산 인생의 잉여물이다. 자신의 실존에 형태를 부여하고 뚜렷한 원칙과 가치관을 따르며 살려는 진지한 노력 그 자체다. 그것은 인생 전체에 퍼져있는 행복한 순간들을 단순히 합산한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이뤄가는 과정에 가깝다는 뜻이다.
급변하는 사회에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을 좇아가지 못해 스트레스에 빠져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행복을 느끼는 지혜로운 정원사가 될 것을 저자는 권하고 있다. 1만38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