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10,000 회복…환호와 우려 교차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년여만에 다시 10,000선을 회복했다.

다우지수 10.000선 회복은 기술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위기로 잃었던 다섯자리 수의 지표를 다시 찾았다는 심리적인 기대감과 함께 위기에서 금융시장이 얼마나 빨리 회복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30개의 우량종목(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가 이날 증시의 환호 속에 10,000선을 돌파하자 미 언론들은 일제히 긴급 뉴스로 소식을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최근 1,000선을 넘고 나스닥종합지수도 2,000선을 넘었지만 다우지수의 10,000선 돌파에 대한 반응은 그 이상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표 중 하나인 다우지수가 금융위기의 심연에서 증시가 회복되는 시금석인 10,000선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 방송 CNBC는 홈페이지에 샴페인을 떠뜨리는 그림을 올려 10,000선 돌파를 반기기도 했다.

◇금융위기 1년여만에 10,000 탈환=다우지수가 처음 다섯자리 수 시대를 연 것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3월29일 10,006.78로 마감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닷컴버블 붕괴 등 굴곡이 있기는 했지만 다우지수는 지금부터 2년전인 2007년 10월9일 14,164.5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침없이 올랐던 다우지수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작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한지 약 3주만인 10월6일 10,000선이 무너졌다.

그 전거래일인 10월3일 10,325.38로 거래를 마친 이후 6일 폭락하면서 10,000선이 무너진 이후 다우지수는 그동안 이 영역을 다시 밟지 못했다.

이후 9,000선과 8,000선, 7,000선까지 힘없이 무너지면서 다우지수는 지난 3월9일에는 12년만의 최저치인 6,547.05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기로 생존 가능성마저 의심받던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안정되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움트면서 증시는 급등세로 방향을 틀었다.

다우지수는 이날 10,000을 넘으면서 3월9일의 최저점에서 불과 7개월여만에 53% 가량 상승했다. 이는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상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세계 경제는 최근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신호들을 잇따라 보이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이 증시로 다시 눈을 돌리게 했고 제조업이나 소비, 주택시장 등의 주요 지표들도 호전되고 있다.

이날도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중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1.5% 감소했지만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0.5% 늘어나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덜어줬다.

알코아와 인텔 등이 3분기에 예상을 넘는 실적을 내놓은데 이어 이날 JP모건체이스도 예상보다 좋은 35억9천만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해 증시 상승에 기폭제가 됐다.

유럽의 영국, 프랑스, 독일 증시도 이날 기업 실적 호조와 미국 증시 상승 영향으로 2% 안팎 오르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경제·증시 어디로…기대·우려 교차=다우지수가 심리적 상징인 10,000선을 돌파함에 따라 이제는 세계 경제와 증시가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는 환호로 다우지수의 귀환을 반겼지만 녹록지 않은 경제 전망이나 단기간에 증시가 급등한 점이 부담이 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들이 보이지만 미국의 9월 실업률이 9.8%로 26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직사태도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직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가 잠시 회복하다 다시 악화하는 더블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경제회복 기대를 앞세워 지난 3월 이후 증시가 50% 이상 단기 급등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마켓워치는 다우지수가 1만선을 찍음에 따라 투자자들이 즐거워해야겠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면서 증시가 상당기간 하락할 수 있다는 강한 ’걱정의 벽’이 있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그 증거로 뮤추얼펀드에서 지난 9월 투자자들이 자금이 순유출된 것을 소개하고 10월 들어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스 에쿼티 리서치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찰스 로트블러트는 CNBC에 “다우지수 10,000은 매도 기회일 수 있다”며 증시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과 하락할 가능성을 비교할 때 하락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기업실적 호조와 예상보다 나은 경제지표가 이어질 경우 이제 막 심리적 선을 넘어선 다우지수가 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들도 여전하다. 특히 그동안의 증시 랠리에 참여하지 못해 이익을 올릴 기회를 갖지 못한 투자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BNY멜론의 투자전략 책임자인 크리스 셸던은 CNBC에 “다우지수 10,000포인트를 사람들이 매도 시점으로 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증시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ADVFN의 클렘 체임버스 최고경영자도 “증시가 현수준에서 당분간 등락하다가 연말에는 결국 상승하면서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다우지수가 11,000~11,500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