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좀 어색했던 스타일은 벌써 눈에 익어서 섹시함을 뽐낸다. 0∼100㎞/h 가속을 5초 안에 끊을 만큼 지독하게 빠르면서도 안정감은 수준급이다. 예측 가능한데다 원하는 만큼 미끄러뜨릴 수 있어 매력적인 오버스티어를 즐길 수 있다. 거기다 가격까지 아주 착하다. 시대에 역행하는 듯 과격함을 살려내고 있는 스포츠카, 바로 닛산 370Z다.
시승을 위해 도착한 노란색 370Z에서 과거의 ‘페어레이디 Z’를 연상해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길이 70㎜, 휠베이스 100㎜를 줄여서 만든 풍만한 스타일 속에는 휠베이스와 차체를 키워 점차 럭셔리 GT로 변해가는 요즘 스포츠카와는 달리 강력한 스포츠카를 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부메랑 모양의 헤드램프가 화려하게 시선을 끌고, 범퍼 아래 공기 흡입구는 위 아래 입술을 벌리고 그 속에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다. 큼직한 스포일러가 달린 엉덩이 아래에는 F1 머신을 닮은 반사판도 붙었다.
350Z에 비해 라인이 화려해진 실내에서 근육이 가장 잘 발달한 시트는 좌우에서 몸을 잡아주는 실력이 좋은데다 특히 가운데 부분을 알칸타라로 처리해 밀착력이 더욱 좋아졌다. 시동을 걸면 빨간색 바늘이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화려한 오프닝 세리머니를 선보인다.
강력한 달리기를 선보일 370Z의 심장은 인피니티 G37 쿠페와 동일한 VQ37VHR 엔진으로 최고출력 333마력/7000vpm, 최대토크 37.0㎏·m/5200vpm을 발휘한다. 하지만 370Z는 G37 쿠페보다 훨씬 가벼운데다 휠베이스가 더 짧고 차체의 각종 비례도 차이가 나는 만큼 확실하게 더 빠르고, 강렬하다.
변속기는 쿠페, 세단과 동일한 7단 자동을 장착했고 스티어링 휠 뒤의 시프트 패들로도 변속할 수 있다. 급 브레이크와 함께 기어를 내릴 때 회전수를 맞추는 반응은 매우 경쾌하고 자극적이면서 깔끔하다. 반면에 기어를 올릴 때는 상황에 따라서 약간의 변속 충격이 수반되는 때도 있었다.
정확한 제원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정지에서 100㎞/h 가속이 5초 이내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단 수가 7개나 되는데다 기어를 좁게 설정한 탓에 그 5초가 안 되는 동안 기어를 두 번이나 변속한다. 5단에서 260㎞/h를 기록하고 속도제한에 걸리는데, 속도 제한이 없다면 280㎞/h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듯하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Z의 달리기는 경쾌하고 강력하다. 과거 일본산 스포츠카와는 달리 안정감도 뛰어나다.
타이어는 앞 225/50R18, 뒤 245/45R/18 사이즈를 끼고 있는데, 파워가 넘치는 만큼 서킷이나 산길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략하고자 한다면 타이어는 꼭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겠다. 코너 탈출 시 3단 3500vpm 정도에서도 엑셀을 지긋이 눌러주면 그 깊이에 비례해서 뒤가 바깥쪽으로 점진적으로 흐른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이 매력이다. 그러니 과도한 욕심을 내지 않고 뒤를 살짝 흘려 가면서 산길을 재미있게 달리기에는 지금의 타이어 세팅도 꽤나 매력적이다.
브레이크는 충분히 강력하고, 서스펜션 세팅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강력한 스포츠카에 어울리게 탄탄한 하체를 가졌지만 지나치게 튀는 정도는 아니어서 평소에 타고 다녀도 크게 불편하지 않겠다. 반면에 주행 시 노면 소음이 많이 유입되는 것은 아쉽다.
370Z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이 5680만원이라는 점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