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산업의 비전과 발전 전략 좌담회
◆참석자:김병묵 삼성엔지니어링 상무, 문헌일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 회장, 성창섭 KAIST 명예교수, 이창한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정책관, 주승철 한국전력기술 기술기획처장, 한용석 포스코건설 이사 ※사회=홍승모 전자신문 전자담당(가나다순)
◆일시 및 장소:2009년 10월 14일, 르네상스호텔 로터스룸
▲사회=우리 산업을 지식주도형 혁신산업 구조로 전환시킨다는 방향을 갖고 지식경제부가 출범한지 1년 7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 경제가 지식주도형 혁신산업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엔지니어링산업이 갖고 있는 역할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이창한 정책관=엔지니어링산업은 대표적 지식산업으로 타 산업과의 전후방 연계효과가 크고 지식과 기술이 체화된 인력에 기반하기 때문에 양질의 고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분야입니다. 부가가치율은 소프트웨어의 48.3%를 웃도는 59%에 달하고, 취업유발계수도 자동차의 10.8%를 두 배 가량 웃도는 19%에 달합니다. 플랜트수출시 외화획득 기여도는 무려 79%에 달할 정도입니다. 엔지니어링은 프로젝트의 기획이나 설계 단계에서부터 창의적 지식과 기술을 종합 활용해 최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대표적인 지식집약 산업입니다.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이 가속화되고 에너지 효율기술과 친환경신 산업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통신·기계·환경·건설 등의 요소기술을 종합하는 엔지니어링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혁신 주도형 경제로의 이행은 지식이 주된 생산요소이고 인적자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엔지니어링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우리나라 엔지니어링산업의 현좌표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정부·기업·학계에서 느끼는 엔지니어링산업의 현주소와 당면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문헌일 회장=우리 엔지니어링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기술분야에서 선진 외국기업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중소형 기업의 영세성과 낮은 해외시장 점유율 등의 당면 과제에 부딪혀 있습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선 대형 업체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의 선진화와 규제 완화, 국가 차원의 수주 외교 등을 강화하고, 중소형 기업의 경우 핵심 분야에 대한 전문 기술력 강화, 대기업과 연계를 통한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김병묵 상무=그동안에는 회사내에서도 엔지니어링 부문을 홀대하는 분위기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쟁력의 핵심 부문이 무엇이냐는 방도 설정에서 엔지니어링이 채택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설계가 전체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기자재 선정에서 벤더 채택까지 모든 부분을 관장하는데 이르렀습니다. 사실 원가절감을 통해 코스트 혁신을 주도하는 것도 엔지니어링입니다. 앞으로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방향을 찾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매니지먼트 역량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달·공사 등 모든 부분을 매니지먼트하는게 바로 엔지니어링입니다. 기술하고 매니지먼트를 접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자가 프로젝트 전체를 드라이브해야합니다.
▲성창섭 교수=우리나라 엔지니어링은 역량이 분산돼 있습니다. 정부가 응집시키는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우리 수출을 지탱하고 있는 휴대폰·자동차도 엔지니어링 없이 안되는 것입니다. 향후 LED도 그렇고, 배터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초적인 기술과 도전정신은 있는데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가치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응집력을 발휘하고, 엔지니어링 자체로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제품이나 시공에 묻혀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엔지니어링 역량이 우라늄 광석처럼 곳곳에 흩어져 묻혀 있습니다. 이를 찾아내서 응집시키고, 큰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본설계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태풍이 오든, 쓰나미가 오든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파이낸스 엔지니어링, 소셜 엔지니어링 등 엔지니어링의 영역은 거의 사회·경제 전체로 퍼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응원해주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회=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자원고갈과 대체에너지 개발, 저개발국의 도시화와 인구 고령화 등 전 세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친환경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업계가 느끼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기회요인과 위협 요인은 무엇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대책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한용석 이사=고유가 및 친환경 관련 수요 증가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엔지니어링이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2018년까지 연평균 5.7%의 성장이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바이오가 가장 크고 뒤를 이어 풍력, 수력 프로젝트입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오는 2018년까지 연평균 14.7%로 세계 평균의 3배 가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되고 폐기물·풍력·수력 등의 순으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모든 경우가 우리 엔지니어링에는 새로운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수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설계기술과 신기술 개발, 핵심 기술 확보가 아직은 미흡한 수준입니다.
▲주승철 처장=세계적인 친환경 녹색성장 추세에 따라 풍력·조력·조류·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신기술 개발과 저온탈질촉매, 배연탈황 등 오염물질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볼때 이러한 녹색정책은 세계적인 시장 확대와 해당 기술발전을 가속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스마트그리드 등 녹색 탄소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표준화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향후 지속적으로 이러한 추세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녹색기술 적용을 위한 테스트베드 프로젝트의 활성화, 기술 개발을 통해 얻은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의 다양한 노력이 경주돼야 할 것입니다. 향후 녹색성장의 테마는 장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며, 그 자체가 업계 또는 국가 차원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아직은 미흡하다고 생각하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기업은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는지요?
▲한용석 이사=경쟁력 있는 해외 전문 엔지니어링사의 인수합병(M&A)를 통해 기술력 보강과 영업력 강화, 인적교류, 현지 거점센터로의 역할 활용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해외 입찰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실질적 가격 경쟁이 가능한 금융 조달 역량의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금융사의 공격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 무수익성 투자자본을 동원하는 가격 경쟁력 제고 방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 낙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견적 데이터를 현지화하고, 현지 경기동향, 자재·장비 가격 동향, 공사단가, 환율 등 경제지표 예측치를 체계적으로 연동하는 시스템 구축이 강력 추진되고 있습니다.
▲주승철 처장=중장기 전략으로 기술 고도화 로드맵을 만들어 발전소 설계기술 고도화, 사업다각화 기술개발, 미래에너지 기술개발, 기술고도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비용이 매년 총매출액의 10%를 웃돌 정도입니다. 고도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국가전략 및 회사 경영전략과 연계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확보된 기술을 사업화, 실용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직원들의 대외역량 강화, 해외기술 교육 및 글로벌 기업의 벤치마킹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창한 정책관=기업의 덩치가 커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수주 경쟁, 기술 개발 등의 여력이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선은 선두에 있는 대기업이 해외 나가서 기술 경쟁하고 덩치를 키워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간허리를 만드는 작업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규모 기업들은 M&A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책을 내놓겠습니다. 법률시장 개방에 맞서 변호사들이 뭉치듯이 우리 엔지니어링 업계도 뭉쳐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덩치를 키우고, 전문분야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외국기업들을 보면 덩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제휴, 기술개발, 신사업 창출, 인력확보등의 노력을 펼칩니다. 그래야만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사회=엔지니어링은 고도의 지식집약산업이어서 고급 인재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업계와 학계, 정부가 해야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문헌일 회장=인력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기지연으로 인해 지체상금을 지불해야 하고 완성품의 성능 저하로 인해 기업의 신인도 추락 등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산업현장의 이러한 요구를 대학 교육에 효율적으로 반영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랜트 인력마트, 퇴직 엔지니어풀 구성 등 인력수급 매개체를 강화하고, 기업 필요인력에 대한 현장 공급 확대 및 해외 인재정보시스템 구축, 대규모 채용박람회 개최 등 우수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용석 이사=엔지니어링산업은 업종 특성상 전문 분야 아이디어와 풍부한 경험이 산업의 핵심요소 입니다. 따라서 이를 갖춘 기술인력 확보가 산업의 성공조건이 됩니다.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위상을 제고시켜야 하고, 개인 스스로도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개인의 성장 로드맵이 산업차원에서 제시돼야 합니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최상급 엔지니어를 전략적으로 발굴, 육성해 ‘엔지니어링 코리아’의 브랜드로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성창섭 교수=기본설계에 대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국내 업체가 단독으로 진행했든, 해외 업체와 연계해서 했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기본설계 했던 카피를 모아볼 수있으면 굉장히 큰 경쟁력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공항, 서해대교 등의 설계를 외국에 맡겼고, 극장도 아직 짓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음향기기 분석할 역량이 없어서 입니다. 해외기업이 와서 국내에 설계한 것, 담수화 프로젝트 등 기본설계에 관한 콘텐츠를 모아서 그것을 교육교재로 활용하면 엄청난 진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처음에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 추진했는지, 학자들이 분석해보면 세계적인 기본설계도 분석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본설계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교육하면, 상당히 레벨업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회=이런 업계의 현주소와 과제들을 묶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나갈지를 정리해주시죠.
▲이창한 정책관=엔지니어링 산업이 여러가지로 복잡다기합니다. 관련 법률도 다양하고, 산업 구조 자체도 복잡합니다. 집중할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커다랗게 통폐합하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제도상의 어긋난 장치라든지, 쓸모 없는 규제 등은 과감히 손질해 나가겠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수주사항, 정보, 자원, 경쟁문제 등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어느 범위까지 협력하고, 경쟁할 지에 대해선 업계의 컨센서스를 모아주시길 바랍니다. 전략 국가의 엔지니어링 인력, 기업데이터 같은 것은 확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업들과 같이 엔지니어링 관련 정책의 이행 실적을 평가하고, 검토해서 잘 추진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