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전자전 및 일렉트로닉아시아에 참가한 업체들이 신제품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두뇌싸움을 펼치고 있다.
전시회에 출품된 신제품을 그대로 카피해 만들려는 업체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카피 수준도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해져 참가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중국 업체는 정보수집을 위해 직원을 파견하기도 했다. 신제품 정보를 입수하려는 이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업체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15일 홍콩전자전과 일렉트로닉아시아 행사장에선 아예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부스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이어로 가장한 스파이들이 신제품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접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들이 판매망 확보를 목적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전시회보다 신제품에 대한 정보가 구체적이고, 정보 수집꾼들이 활동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행사 규모가 커지면서 참가하는 업체, 바이어가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산업 스파이도 횡행하고 있다. 사진 촬영에 대한 인심이 야박해지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일반 관람객과 블로거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시회에 신제품을 출시했던 한국의 한 업체는 올해 중국 업체가 카피 제품을 만들어 이번 행사에 출품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디자인 카피는 물론 제품 기능면에서도 예전의 조잡한 중국 카피제품 수준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부스라고 해도 근접 촬영은 피하는 게 이곳 전시회의 관례가 됐다. 신제품을 카피하기 위해 파견된 스파이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 기업 간 카피 경쟁도 심해 사진 촬영을 금하는 장면들이 종종 목격됐다. 그동안 산업 스파이에게 많이 당했던 한국 업체는 신제품을 부스 뒤에 두고, 중요한 바이어에게만 보여주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철 예일전자 이사는 “예전에는 행사 중 사진 찍는 것을 저지하는 업체가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웬만하면 근접촬영은 못하게 한다”면서 “중국 업체들의 카피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과거에는 6개월 후에 복제품을 내놓더니 최근에는 3개월까지 단축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