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IT의 역할론 또한 도마 위에서 춤을 춘다. 이런 때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잠시 주저하게 된다. IT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불황 극복을 위해 경비 절감이라는 화두에 갇히게 때문에 비 IT 그룹의 정책적인 힘이 사실상 우세해진다. 결국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결론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대부분의 기업 환경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기업의 정보를 책임지고 있는 CIO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재를 유지하고 확보해 기업의 경쟁력과 자산으로 키워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장래 경영 정상화가 되는 시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기업의 경쟁력을 정의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재 경쟁력으로 기업의 우위를 정의할 때인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인재 경영은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CIO는 인재 경영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기업에서는 인재 확보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수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기업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창조적 인재 경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식과 경험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위기를 넘을 수 있는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특급 인재 관리와 차별화된 인재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다.
제품의 품질 향상을 위해 더 좋은 제품 개발에 투자하듯 어려울 때일수록 우수 인력 확보를 위해 인재 양성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수 인력이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지적 자산 가치를 평가해볼 때 더욱 그렇다.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직원을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하나의 응집된 산업 역군으로 생각하고 우수한 직원에 더욱 투자해야 한다. 이 인재들이 바로 경쟁사들이 결코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재능 있는 인재들이 최고의 기업을 판가름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또 인재 확보를 이뤘다면 이 인재들이 조직 안에서 조화롭게 업무를 영위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 할 조직체 구성 방안을 골똘히 고민해야 한다.
기업에서 한 명의 우수한 인재가 전체 기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 동료들과 협력하고 역량 활용을 유도함으로써 시너지를 도모해야 한다.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업무를 측정하고 관리해 서로 개선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리더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IT 부서가 좋은 성과를 내고 비즈니스 가치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면서도 IT 부서 인력들이 직장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해 CIO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21세기 기업들의 전략적 병기로서 인재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때, IT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IT 인재와 IT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마련해 나가는 데 CIO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조직과 조직원을 이끌어 나가야 할지가 CIO의 리더십 중 가장 어려운 과제다. 능력있는 우수 직원을 선발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유지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업무만 잘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이를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가 20여 년간 현장에서 보고 겪어본 바로는 현장 실무 능력이 탁월하다고 해서 중간 관리자로서도 뛰어나다는 보장은 없었다. 성공적인 중간 관리자가 경영자로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더욱 없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올바른 경력자가 꼭 필요하다.
이는 인건비 측면이 아닌 ‘역량 자산’으로 분류해야 한다. 오랜 경력을 거쳐 여러 가지 지식과 경험이 축척된 사람 가운데 리더로서 자질을 평가받고 그 중에서 검증된 사람을 선발할 때만이 조직이 발전할 수 있고 리더의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또 선택된 리더는 경영자와 직원들로부터 자신의 개선사항에 대한 수용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혁신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 선순환 구조가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에게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 권위는 바로 최고경영자(CEO)와 직원들이 얼마나 수용과 협조를 잘해 주는가에 크게 좌우된다.
CIO의 리더십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하더라도 권위에 대한 합리적인 수용이 이루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출중한 리더십이 무의미해지기 쉽다.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나를 믿고 정책을 밀어달라고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 CIO는 굳건한 신뢰를 얻는 것이 리더십 발휘를 위한 필요조건이고 성공적인 리더십이 만들어 낸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저명한 리더십 학자인 워렌 베니스는 ‘리더되기’라는 저서에서 ‘탁월한 리더는 예외 없이 조직 구성원들과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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