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이제 고객들의 주머니 속에서 이뤄진다. 급팽창하는 e 시장을 공략할 새 플랫폼을 내놓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델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델이 악화된 3분기 실적발표후 주주와 고객에게 내놓은 뼈아픈 반성이자 향후 비전이다. 비록 에이서의 저가 공세에 밀려 3분기 PC시장의 2위 자리를 내주는 고배를 마셨지만, 앞으로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가겠다는 설명이다.
그가 밝힌 델의 향배는 크게 2가지. 스마트폰을 개발해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는 것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IT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AT&T·차이나모바일과 손을 잡았고, 페롯시스템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기존 PC사업에서는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등을 통해 연간 4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IBM과 인텔, AMD 등 최근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IT 대기업들의 대응 움직임도 유사하다. 메인프레임과 서버 등 덩치가 큰 하드웨어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대폭 줄어 들었다. 비록 IBM이 순이익이 다소 늘었고, 인텔이 시장의 예상치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하드웨어 제품군별로 세분화돼 있던 조직을 통합해 기동력을 갖추는 대신, 신규 사업 발굴에 인력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인텔과 HP의 조직 개편이 대표적 사례다.
델 CEO는 “내년이면 다시 IT시장이 바닥을 찍고 호황이 올 것”이라면서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성장의 기회는 남들이 다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이나 MS 같은 인터넷 기업을 염두해둔 말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