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재가동 절차 착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내달 중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의 재가동을 위한 준비 절차를 시작했다.

17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완공 후 첫 실험에서 일부 장치의 결함으로 가동을 중단한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를 재가동하기 위해 LHC의 8개 구역 전체를 절대온도인 1.9 켈빈온도(-271℃)의 극저온으로 낮추는 작업을 개시했다.

LHC는 스위스 제네바 외곽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 총연장 27㎞ 길이의 지하터널로 건설돼 있으며,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터널에 설치된 1천600개에 달하는 초전도 자석을 극저온 상태로 낮춰야 한다.

원궤도에서 빛의 속도로 입자를 충돌시키려면 양성자를 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저항이 없는 초전도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극저온 냉각이 완료되면 LHC 터널은 우주에서 가장 온도가 낮은 장소가 된다.

LHC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심광숙 교수(고려대 물리학)는 “액체헬륨을 사용해서 온도를 낮출 때 -200℃ 이하부터는 온도를 낮추기가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LHC 재가동을 한 달 앞두고 미리 준비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ERN은 지난해 9월 100억 스위스 프랑(94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들여 5조 전자볼트(TeV) 수준으로 첫 가동을 시작했으나, 초전도 자석 연결 부위의 결함으로 과열 문제가 발생해 9일 만에 가동을 중단했다.

CERN은 내달 중순에는 첫 가동 때보다 낮은 3조5천억 전자볼트 수준에서 LHC를 재가동하고, 충분한 경험이 쌓인 뒤 에너지를 높여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입자 충돌 실험은 이른바 빅뱅(Big Bang) 이후 우주 형성의 비밀을 밝혀줄 획기적인 실험으로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