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류시인 황진이는 ‘영반월’(詠半月-반달을 노래하다)이란 한시를 통해 반달을 “직녀가 견우와 이별한 뒤 하늘에 던져버린 그녀의 얼레빗”이라고 읊었다. 여기서 빗(梳)은 반달모양으로 생겨서 월소(月梳)라고도 부르던 것이다. 여인이 곱게 머리를 빗질해 단장하는 까닭은 님이 있기 때문이다. 직녀가 빗을 던져버린 이유는 칠석이 지나 견우와 헤어졌으니 머리를 손질한다손 치더라도 보아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빗과 아름다운 사랑에 얽힌 이야기는 또 있다. 가난한 잉꼬부부가 성탄절을 맞았지만 선물 살 돈이 없자 고민 끝에 남편은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빗을, 아내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 남편의 시계줄을 샀다. 선물을 주고 받은 부부는 탄식한다. 긴 머리카락을 자른 아내는 빗이 필요 없고, 시계를 판 남편은 시계줄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 바로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가 소 네 마리 당기는 힘보다 더 강하다” 라는 덴마크 속담이 있다. 우리의 결혼 풍습 중에도 청혼 때 남자 집에서는 사주함에 빗을 넣어 보내는데 이는 신부감이 빗을 받으면 결혼을 승낙한다는 허혼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여자가 받은 그 빗으로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신랑을 기다린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
이처럼 빗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여겨져 왔다. 본래 머리카락은 여성의 정조를, 남성에겐 지조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때문에 소중한 머리카락을 다듬는 빗은 예사롭지 않은 선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다.
예로부터 중매쟁이가 얻어 온 규수감의 머리카락 굵기와 빛깔은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였으며 처녀 총각이 눈이 맞으면 처녀가 머리카락 세 올을 뽑아 주었는데 이 역시 사랑의 표현이었다.
요즘엔 머리카락이 부족해지는 탈모 현상 때문인지 모발보다는 오히려 모발 건강의 기본이 되는 두피 건강을 먼저 따진다. 또한 빗 역시 단순히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용도가 아니라 두피와 피부를 마사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어 두피관리용 건강 빗까지 등장했다.
탈모관리 빗 전문업체인 미소(http://www.goodmiso.com)에서 판매 중인 명품 ‘은빗’은 탈모까지 예방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생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청혼 등 기념일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면 조심스럽게 빗을 건네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물론 받는 이가 빗을 선물하는 까닭을 알고 있다면 선물의 의미는 더욱 새롭고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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