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에서도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네티즌의 사이버 망명을 조장하고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사이버 망명의 원인과 과제’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을 내고 일각에서 일고 있는 규제 일변도보다는 인터넷 자율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주장은 인터넷 관련 각종 규제를 강화하는 현 정부 정책과 상반돼 파문이 예상된다.
자료집에서 이 의원은 “인터넷이란 신세계는 사이버모욕죄와 패킷 감청, 메일 압수수색 등 계속된 규제로 사이버망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불편함과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는 한국 인터넷의 현주소는 네티즌의 사이버 망명뿐 아니라 인터넷 기업의 경제적 타격까지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네티즌에게 두려움을 가져온 규제 사례로 △검찰의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후보 7년치 메일 압수수색 △검찰의 MBC PD수첩 작가 메일 공개 △국정원 등의 패킷 감청 △방통위의 본인확인제 강화 등을 들었다.
이 의원은 사이버 망명이 실제로 일어나는 증거로 구글의 G메일이 올해 들어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동안 무려 50% 이상 성장했으며,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인 텍스트큐브가 작년 12월에 비해 방문자 수가 1032%나 급증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이 의원은 아울러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인용, 인터넷 규제로 일어난 사이버망명은 국내 인터넷 업계의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해외에 서버를 둔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국가 브랜드 가치의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 측은 정부 방침과 다른 내용의 자료집 발간 이유에 대해 “내용 중 정부 정책과 다른 내용도 있지만 같은 의견도 있다. 규제 일변도보다는 자율규제가 바람직하고 영장 없는 감청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동의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 측은 “국회 법사위 심의를 기다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해 인터넷 세상의 신뢰를 높이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