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동부하이텍을 종합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던 동부하이텍으로선 자생력을 갖춰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하이텍이 기존 주력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시스템 반도체 등 차세대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반도체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동부하이텍의 자회사인 동부메탈 지분 50%를 사주는 방식으로 반도체 부문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동부메탈은 지난해 2월 동부하이텍이 합금철 사업부를 분할해서 만든 자회사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합금철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 당초 동부그룹은 차입금 규모가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회사인 동부메탈을 시장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놨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 측과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워낙 시각차가 컸던 탓에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동부메탈 매각 대금을 놓고 각각 4000억원, 7000억원을 제시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이 외부 매각 협상의 결렬을 의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동부하이텍이 독자적으로 보유자산 유동화를 추진했지만, 주거래은행의 요청으로 PEF 방식의 구조조정을 검토해왔다”며 “그러나 단기 수익성을 중시하는 투자 은행의 특성상 기업 경영의 본질에 어긋날 수 있어 김 회장의 지분 인수 방안을 주거래 은행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동부 그룹은 특히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동시에 동부하이텍을 종합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새로운 비전도 제시했다. 현재 동부하이텍의 농업 부문을 분사, 매각하는 한편 유화 부문과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동부메탈의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내 상장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통해 동부하이텍의 차입금을 현재 1조9000억원 수준에서 4000억원 규모로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동부그룹 측은 “동부하이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반도체 전문 기업으로 새롭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