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가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달러를 이을 차세대 세계 통화로 통화바스켓, 국제통화기금의 SDR(특별인출권), 심지어 중국 위안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이미 이 시기의 주인공이 됐어야 할 세계 2위 통화 유로화는 달러 대안 통화로서의 논의 대상에서도 제외된 신세다.
이처럼 유로가 유럽의 ’지역통화’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에 대해 벨기에 브뤼셀 소재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장 피사니-페리 소장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애덤 포전 선임 연구원은 20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 논평에서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들은 유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이 엄격히 지켜야 하는 물가.금리.재정적자 요건인 유럽환율체제(ERM Ⅱ) 및 마스트리히트 기준 등 스스로 부과한 제한들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 다른 국가들의 유로 사용을 막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유로존이 확장될 경우 유로의 안정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방어적인 관점을 관철함에 따라 동유럽의 경제위기를 IMF의 손을 빌려 해결하도록 하는 ’지도력 부재’를 보여 달러를 대체할 세계통화로 고려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피사니-페리 소장과 포전 연구원은 차세대 세계통화로 부상하고 있는 대안들 중 마땅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화바스켓은 태환될 수 없는 통화가 포함됐을 경우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 높고 정치적 합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SDR은 현실적인 통화도 아니다.
따라서 피사니-페리 소장과 포전 연구원은 과거 영국 파운드와 미국 달러가 그랬듯이 여러 통화의 공동우위 시기를 거쳐 다통화 시기로 부드럽게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유로의 역할 증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유럽의 경제적.정치적 관심이라고 주장했다. 둘째는 유럽통화동맹(EMU)의 경제 지배력, 특히 위기 관리력의 강화이고, 셋째는 유로존이 타국가에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을 만큼 준비금을 보강하는 등의 예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며, 넷째는 지속성장률(SGR)을 올려 경제 기반을 탄탄히 하는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