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원자로 건설 힘 실린다

 암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RI:Radiolsotope)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한·일 양국 민간 협회가 전용 원자로 건설을 위한 공동 투자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에 따르면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과 동위원소협회가 한국동위원소협회 측에 의료용 전용 원자로 구축을 위한 투자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동위원소협회 측은 교과부와 원자력연이 주축이 돼 현재 국내에 추진 중인 ‘의료용 RI 연구·생산 전용로 구축 사업’에 예산을 일부 투자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수입시 우선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투자로 의료용 RI 전용 원자로를 구축하게 되면 안정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은 물론 수십조원 규모의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과부는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21일까지 개최하는 ‘제25차 국제원자력규제자협의회(INRA) 정기회의’에서 이와 같은 방안을 포함한 의료용 전용 원자로 구축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강영철 교과부 원자력국장은 “회원국이 전용 원자로 공동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현장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의료용 RI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각국의 공통 목표”라고 밝혔다.

 암 등 질병 진단과 치료에 꼭 필요한 방사성 동위원소인 99mTc는 한·일 모두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가 각각 전세계 수입량의 40%, 30%를 책임지고 있으며 남아공(10%), 벨기에(9%) 등이 나머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주력 수출국가인 캐나다·네덜란드의 원자로가 구축된 지 40년이 넘어 방사선 사고 등의 우려로 가동 중단이 잦아 지난해 10월 이후 전 세계적인 방사성 동위원소 수급 불안정이 심화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현재 국내 의료용 RI 가격은 1년 사이 세 배나 뛰어 국민 의료 복지를 위협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원자력연은 국내에 의료용 원자로를 구축하면 일본·중국·대만 등지 의료용 RI의 6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과부와 원자력연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료용 RI 수급 부족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1년간 전용 원자로 구축 과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관련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고 시급한 국가 아젠다가 아니라는 청와대의 판단에 따라 예산 확보에 실패한 상태다.

 최선주 원자력연 박사는 “부산 등 주요 지자체가 전용 원자로 부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기존에 논의해온 우리나라 기존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활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전용 원자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용어설명

방사성동위원소 99mTc-원자로 또는 몰리(Moly)를 이용한 발생기(Generator)에서 생산되며 암 또는 암 전이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에 사용되는 중요한 감마 방출 방사성 동위원소다. 질환 진단과 장기기능 진단이 가능한 방사성 의약품(심혈관계·신장·간·뇌 등)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