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로봇 SF의 대부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영화화한 ‘아이, 로봇’을 보면 로봇들이 집단으로 반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나온다.
로봇개발자의 추락사로 시작하는 이 영화에서 로봇들은 ‘인공지능’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며 인간을 공격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마다 주인공을 돕기 위해 생각 가능한 로봇 ‘써니’가 나타나 결국 다른 로봇을 제어하면서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끈다.
KAIST 로봇지능기술연구센터(소장 김종환 교수)가 단순한 인공지능(AI)을 뛰어넘어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 및 인지지능, 상호작용, 환경 지능, 행동지능, 유전지능, 그룹화 지능 모두 6개의 관점에서 로봇의 지능을 개발하는 이른바 ‘생각하는’ 로봇 지능 연구를 수행 중이다.
로봇이 주문에 따라 움직이거나 프로그램 대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주변 환경에 맞게 적절히 행동하고 움직인다. 부모 로봇 세대로부터 지식을 물려받기도 하고, 여러 로봇 간 협업도 수행한다.
이 센터는 산학연계 로봇 연구를 강조하고 있다. 로봇이야말로 메카트로닉스와 인공지능, 영상처리 등의 요소기술이 종합적으로 접목돼 있기 때문. 실제로 기존의 국내외 개발 로봇은 HW와 SW로 분리해 연구하는 경향이 강했다.
밑그림도 그려놨다. 로봇지능기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대학 관련 연구실과 로봇 기업 및 연구소가 참여하는 ‘로봇지능기술 연구포럼’을 만든 뒤 삼성전자와 LG전자, 유진로보틱스, 이지로보틱스, KMC, 로보티즈, 미니로봇 등 112개의 회원사로 구성된 지능로봇산업협회 및 대덕테크노파크 지능로봇 산업화 센터와 연계할 방침이다.
특히 지난 6월엔 마산에서 경남대(총장 박재규)와 마산시(시장 황철곤), KAIST(총장 서남표) 간 마산 로봇산업 육성·발전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고 경남대 공과대학에 KAIST 로봇지능기술연구센터 경남대 분소를 개소했다.
참여 교수진도 화려하다. 제1세부과제인 지능 모델링 및 로봇 상황인지 기술 개발은 소장인 김종환 교수가 맡아 수행한다. 제2과제인 음성기반 인간-로봇 대화인식기술 개발에 유창동 교수, 제3과제로 영상기반 인간-로봇 상호작용 기술 개발에 이주장 교수, 제4과제 동적 환경에 강한 작업계획 기술 개발에 임종태 교수, 제5과제로 상황 적응적 행동지능 구현기술 개발에 조성호 교수 등 모두 KAIST 연구진이 R&D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대에선 기계자동화공학부 한성현, 나언주, 김병창 교수를 비롯한 연구원 18명이 참여한다.
최승환 로봇지능기술연구센터 연구원(박사과정)은 “기술적인 한계로 로봇 상용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로봇 상용화가 앞당겨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로봇 상용화는 인간-로봇 상호작용이 필수라며 레스토랑 서빙의 예를 들었다.
음식 주문을 받기 위해서는 음성기반 대화인식 기술이 필요하고 사람 특징에 따라, 예를 들어 연인에게는 로맨틱한 메뉴를 추천한다든지 가족단위 손님에게는 어린이가 먹기 좋은 음식을 추천해야 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손님의 특징을 겉모습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바로 이런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 센터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 개발은 올해부터 오는 2013년까지 진행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