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로봇 손이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의료 분야에도 로봇이 진출해 의사를 대신해 수술을 집도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미국 벤처기업 사이버글로브시스템스(www.cyberglovesystems.com)가 만든 ‘사이버글로브(CyberGlove)Ⅱ’는 이런 가정을 현실화시키는 데 진일보한 기술을 구현해냈다.
이 장갑을 손에 끼고 움직이면 팔목이나 손가락의 소근육 운동이나 위치, 이동경로 등이 그대로 컴퓨터 시스템에 옮겨져 파일로 저장된다. 3D 그래픽에서 주로 사용하는 모션캡처(motion capture) 기능과 유사하다. 글씨도 쓸 수 있고 물건도 집어 올리고 반경이 큰 움직임이나 반복적인 행동도 정확하게 잡아낸다. 양손에 끼워 사용해도 된다.
3년 전 나왔던 첫 제품과 달리 이번 후속 신제품은 무선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 것이 장점이다.
2.4㎓ 네트워크를 사용하며 블루투스 방식으로 데이터가 전송된다. 컴퓨터와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게 움직임 측정이 가능하다. 센서의 수도 18∼22개로 늘었다. 한 손가락당 3개의 센서가 부착돼 정밀도를 높였고 손바닥에도 센서가 추가됐다. PC 운용체계(OS)는 윈도2000과 윈도XP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수명도 3시간에 걸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움직임 측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 장갑은 어디에다 활용할 수 있을까.
회사 측은 이미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손가락의 세밀한 움직임을 반영해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개발할 수 있다. 실감나는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데도 사용한다. 인간의 움직임을 그대로 살린 3D 아바타가 게임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활용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캐드나 공장자동화 등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외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발굴하기 위해 사용자 콘테스트를 마련, 아이디어를 모집 중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