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품질관리 정책 방향 좌담회] "공공·민간 정보공유위한 `데이터 표준` 절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10/091021041029_1431957675_b.jpg)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원인이 ‘저질 데이터’로 밝혀지면서 데이터 품질 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실제로 데이터 품질 관리 소홀로 크고 작은 문제를 겪었지만 이에 대한 방치는 계속되고 있다. 데이터 품질이 나빠진다고 해서 정보시스템 운영에 당장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시스템 관리 및 유지보수 문제는 물론 정보시스템 전체를 재구축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자신문과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은 기업·공공기관·금융권의 데이터 품질관리 현황을 짚어보고 데이터 품질관리 확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데이터 품질 관리 정책 현황과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학계와 산업계, 공공기관 전문가들이 모여 데이터 품질 이슈와 향후 정책 대안 등을 제시했다.
<참석자>
김인현 투이컨설팅 사장
김용덕 KCB 사장
박주석 경희대학교 교수
이해석 교보정보통신 전무·데이터품질관리포럼 회장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이상 가나다 순)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통신담당 부장
◇사회=지난주 전자신문에 국내 데이터 품질의 실태에 대한 기사가 게재됐다.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데이터 품질이 이슈화가 되는 배경은 무엇인가? 데이터 품질에 대한 국내 현황과 실태를 알아보고 문제점과 제도, 법적 대안에 대해 논의해 보자.
◇한응수 원장=매년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에서는 데이터품질 성숙 수준을 조사한다. 5단계로 나눠 실태조사를 하는데 올해 조사 결과, 금융 1.2, 공공 0.8, 의료가 0.7 레벨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 수준은 0.8레벨이었는데 올해는 평균 0.9레벨로 조금 높아졌다. 최근 정부의 정보 활용의 화두는 연계 공유다. 연계 공유의 필수 조건이 바로 데이터 품질임이 인식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다.
◇김인현 사장=2009년은 변곡점이다. 지금까지는 데이터 품질관리는 음지에서 전문가 몇 사람이 담당을 해왔다. 제조는 전사자원관리(ERP), 금융은 차세대 시스템 등에 투자했지만 고객 정보가 맞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1조 이상을 들여 ERP를 통합했으며 금융도 자본시장법에 의해 데이터 품질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다. 지금까지 IT 투자는 프로세스 혁신이었지만 올해를 계기로 데이터 품질 관리로 넘어가고 있다. 민간 기업에도 2010년에는 데이터 혁신이 이슈가 될 것이다. 경기침체 이후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전략 경영을 위한 데이터 혁신이 강조되고 있다. 데이터 혁신 역시 데이터 품질의 전제 돼야 가능하다.
◇김용덕 사장=데이터의 정확성이나 정합성, 완전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영 성과에 바로 보이지 않아 기업의 관심이 떨어졌다. 처음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에 출장을 가 전문 회사 몇 군데를 둘러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였다. 정확한 데이터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데이터의 활용적인 측면은 물론, 잘못된 데이터의 문제는 국민의 생활과도 직결되는 문제임이 인식되기 시작하고 있다. 예컨대 잘못된 신용 정보는 한 개인의 인생과 직결될 수도 있다.
◇이해석 회장=교보생명 차세대 프로젝트 PM할 당시 시스템을 오픈을 했는데 2달 동안 고생했다. 원인은 대부분 데이터오류였다. 교보생명은 1971년 전산실이 생겨 2002년 차세대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를 재구축했다. 최근 기업들은 과거 실적을 제공했던 것과 달리 최고경영층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추이 분석은 5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 데이터를 정확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예측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예측을 해봐야 신뢰도가 떨어진다. 데이터 품질은 과거 정보관리 차원이었는데 이제는 기업의 의사결정 수단으로 바꿨다.
◇사회=잘못된 데이터 문제는 사회 곳곳에 잠복해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대표적인 예가 2007년 7월 일본에서 발생한 국민연금 5,000만건 누락사건이다. 이 사건은 자민당 선거 패배의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데이터 품질을 잘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한응수=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이제 데이터 품질도 보안의 문제처럼 제도화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박주석 교수=1990년대는 데이터베이스 를 구축하는데 노력해 웬만한 데이터는 DB화됐다. 2000년대는 데이터베이스 활용의 시대다. 자연스러운 발전의 단계에 진입했다. 1990년대 경영은 직관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해왔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섬세한 경영을 해야 한다. 섬세한 경영은 데이터에 기반 한 경영을 해야 한다. 데이터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회=아직 데이터 품질관리를 의무화하거나 권고하는 제도가 없나? 산업별로 들어보자.
◇이해석=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업의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수준은 1.2 레벨로 타 산업에 비해서는 높지만, IT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결코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은행권은 바젤II 승인 요건에 데이터 품질관리가 포함돼있지만 문서 위주로만 진행되고 있다. 전산실에서 데이터 품질 관리를 하면 공론화가 안 된다. 전산실 내부에서 치이고 현업 부서에서 공론화되기가 어렵다. 매년 사업연도 IT 예산을 잡을 때 비즈니스 관련 예산만 먼저 배정된다. 데이터 관련 예산은 뒷전으로 밀린다.
◇한응수=현재 데이터 품질관리와 관련한 제도라고 하면 우리원의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은 조직의 데이터 품질관리 프로세스를 심사해 1∼5 레벨 성숙수준을 기준으로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의 법적 근거가 없어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데이터 품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증 도입 사례가 조금씩 발생되고 있다. KCB는 올해 7월 국내 최초로 3레벨 인증을 받았다. 데이터베이스 품질을 높이는데 16년간 활동했다. 제도 자체가 사회적 분위기와 같이 움직여야 하지만 이런 제도가 일천하다.
◇김용덕=도입 후의 가장 큰 변화는 생각 이상으로 모든 직원들이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으며, 우리의 고객사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뢰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데이터 품질관리 인증은 단순히 인증 획득보다는 준비하는 과정과, 획득 후 유지관리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내재화시키거나 내부의 품질 전문가를 육성하는데 큰 몫을 했다.
◇김인현=데이터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해 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도 부족하다.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데이터 품질 담당자나 조직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력 양성도 진흥원의 데이터 품질관리 교육 과정 정도가 있을 뿐이다. 또한, 데이터 품질을 비롯한 국내 데이터 관리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부재하다. 소관 부처가 기능별로 분산되어 있어 효과적인 정책이 없다.
데이터는 현업 부서와 IT부서 간 누가 해결해야 할 것인가에 문제가 있다. 데이터품질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가 문제다. 데이터 품질이 상당히 큰 투자와 전사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산을 배정해도 10억원 미만이고 간단한 솔루션 도입으로 끝난다. 투자대비 효과가 뭐냐에 대한 질문이 자주 나온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석 및 액션 모형이 나와야 한다. 기업과 기업 간, 금융 등 데이터를 주고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와이어드 소사이어티가 되면서 데이터 교환이 급증하고 있다.
◇사회=데이터 품질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 그렇다면, 데이터 품질관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하나?
◇박주석=우리나라에서 데이터 품질 관리와 관련된 제도는 매우 미흡하다. 공공부문은 전자정부법 등을 통해 투자를 많이 해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는 제도화됐다. 아키텍처를 통해 예산을 관리하는데 다음 단계는 데이터 품질이다. 이제는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데이터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금융 분야는 금융 지주회사가 나중에 생겼다.
나름대로 데이터 품질이 좋다. 정부에서 많은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데 제대로 품질을 높이는데 미흡하다. 전자정부법 시행령에 지엽적이나마 데이터 품질 점검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미흡하다. 곧 발족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의 전신인 정보화추진위원회가 사전에 수립한 기본계획안에 데이터 품질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새로 출범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 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데이터 품질은 일종의 감사 기능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한응수=우리원 같은 데이터 품질 전문 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공공과 민간을 모두 아울러 데이터 품질관리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만들도록 추진하겠다. 또, 각 정부부처는 매년 정보화 평가를 하는 것처럼 평가항목에 품질관리 항목이 들어가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해석=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 품질 제도화도 필요하다. 금융기관의 데이터 품질 관리 수준이 1.2레벨로 높게 나왔다. 금융기관 IT는 제조업체의 공장이다. 제조업체의 상품이 금융기관의 데이터다. 제조업체의 제품의 품질은 공정에 좌우된다. 금융기관은 데이터 품질관리가 이와 같다. 제도화는 꼭 필요하다. 금융기관은 2년에 한 번씩 금감원의 IT경영평가를 받고 등급이 발표된다. IT경영 평가에 품질관리 인증 여부를 넣은 것이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 이렇게 되면 금융 부문의 데이터 품질관리 활동도 활성화될 수 있다.
◇김용덕=맞다.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사례는 전 세계 파이낸셜 글로벌 스탠더드(Financial Global Standard)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응수=우리원은 국제표준기구에서 제정중인 ISO 8000 데이터 품질 표준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방법론이나 기업 사례를 소개하니 매우 놀라는 눈치다. 올해 9월에는 데이터 품질관리 프레임워크를 표준화 과제를 제안해 채택됐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의견이 필요하다.
◇김인현=정책을 하려면 기반이 필요하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노력을 많이 해 데이터 아키텍트 자격증, 교육, 성숙 진단 모델, 품질 프레임워크를 만들었다. 또, 우리가 만든 데이터 프레임워크가 국제 표준 과제로 채택 됐다. 문제는 활용하는 쪽의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 경영과 금융기관 평가할 때 데이터 품질 관리 항목이 들어가야 한다.
‘데이터 표준=데이터 품질’이라고 할 만큼 데이터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 공유 연계가 흐름인 만큼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간의 데이터의 교류도 빈번하다. 공공기관 따로 민간기업 따로 가는 표준화는 지양하고 공공과 민간 전체를 아우르는 표준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DB산업협의회를 준비중에 있으며 10월 29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DB산업협의회도 데이터 품질관리 정책에 앞장서겠다.
◇사회=마지막으로 전문가 분들께 한 말씀씩 부탁한다.
◇이해석=IT입장에서 데이터는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중요했다. 데이터는 보조 장치였지만 지금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쓰이기 시작됐다. 경험에 의한 의사 결정이 주로 됐으나 지금은 기업들이 데이터에 의해 의사결정을 한다. 진흥원을 중심으로 하는 포럼과 산업협의회가 길을 인도하면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석=제조업체는 40년간 품질을 발전시켜 왔다. 품질통제(QC)였다가 품질관리(QM), 전사품질관리(TQM)에서 식스시그마로 변화했다. 그게 데이터 쪽으로 확산될 것이다. 향후 10년간 제조업체의 발전이 IT쪽에서도 데이터 품질 관리로 변화하고 있다. IT시스템의 핵심은 데이터이다. 식스시그마처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때이다.
◇김용덕=보안과 데이터품질관리가 중요하다. 2007년 말 정보보호 대상을 받았다. 기업들이 자체 정보를 활용해왔지만 외부 정보와 결합해 정보활용을 한다. 잘못된 정보는 남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상황이 됐다. 정보를 공유하면 많은 시너지를 줄 수 있는데 정부쪽에서 공공기관이 정보공유를 꺼려왔다. 정부쪽에서도 공공정보 공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응수=데이터품질관리포럼이 더욱더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사업을 하기 이전에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정보를 공유하면서 데이터품질을 높이는 제도화와 법제화에 노력할 것이다.
◇사회=앞으로 고품질 데이터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마련돼 IT 강국에서 나아가 정보 강국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좋은 말씀을 해주신 전문가들에게 감사한다.
정리=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