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는 국내 경기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집행 확대를 통해 예상보다 신속하게 경제위기를 탈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 실업률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있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에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추진해온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과 ‘대학생 중소기업 체험학습’은 이들 중소기업에게 맞춤형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해주는 대표 창구로 자리잡았다.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의 맞춤 인재 수급에 앞장서고 있는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 양성 과정의 현황과 성과를 총 8회에 걸쳐 짚어봄으로써 청년 실업 해소의 해답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무수한 업종·업태 만큼이나 다양한 인력을 요구하고 있어 수준별·단계별 맞춤형 인력이 절실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청년층 인구 감소와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 감소, 진학률 증가 추세도 중소기업 구인난을 심화시켰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실제 중소기업 인력의 주 공급원이었던 전문계고 졸업생의 진학률은 2000년 이후 취업률을 뛰어넘었다. 2008년 전문계고 학생의 72.9%가 진학한 반면 취업한 학생은 불과 18.9%에 그쳤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은 산학협력을 통한 전문계고·전문대 맞춤형 인력 양성 사업과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 대학생 중소기업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다.
‘기업-공고 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중소기업과 공고(전문계고)를 연계, 중소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인력양성을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청년실업문제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다.
졸업 이후 해당 중소기업 취업을 전제로 공고·공고생(3학년)·중소기업이 취업·채용협약을 체결하면 공고는 협약 체결 기업의 요구를 정밀 분석, 맞춤형 교육 과정 개발과 교육실시를 통해 협약 학생을 졸업과 동시에 해당 기업에 취직시켜준다.
중기청은 지난 2005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공고 167개교에서 897개 맞춤형 과정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총 4996명의 전문계고 학생이 맞춤형 인재로 길러져 1652개 중소기업에 취직됐다. 이들 학생의 평균 수료율은 94.9%, 취업률은 90.1%에 달했다.
지난해부터는 사업 대상을 전문대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다. 올해 66개 전문계고, 1819명의 학생이 860개 기업과 협약을 체결했고, 14개 전문대학 391명의 학생이 208개 중소기업과 손을 잡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부천시 소재 선화정밀의 송갑영 대표는 “중소기업청 맞춤 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해 현장 연수를 통해 검증된 직원 8명을 채용했다”며 “학생들은 현장 체험과 동시에 관심 분야에 취업할 수 있어 좋고, 업체는 재교육 없이 즉시 현장에 투입 가능한 믿을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 ‘기술사관육성 프로그램’은 산업 환경의 전문화, 고도화에 따라 기술인력에 대한 산업계의 높아진 기술요구 수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계고와 전문대를 연계, 5∼6년제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10개 전문대학과 23개 전문계고가 컨소시엄을 구성, 총 430명이 학생을 예비장인으로 육성 중이다.
또 중기청은 ‘대학생 중소기업 체험학습’을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 중소기업 취업을 유인하고 있다. 2008년 61개교에 1만4546명이 참여했고 올해 현재까지 67개교에 8191명이 참여 중이다.
이시희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 연구관은 “실무 중심의 맞춤형 인력 양성을 통해 산업체는 재교육 소요 비용 없이 우수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청년 인적 자원의 조기 사회 진출 유도로 고령화 사회이 인력 부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터뷰-조종래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장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는 참여 학생들의 높은 취업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종래 중소기업청 인력지원과장은 “지난해 전체 전문계고 졸업생의 평균 취업률이 18.98%에 그쳤던 점을 감안할 때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들의 취업률은 괄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4620명 중 4162명이 당초 협약 체결 업체에 취업, 취업률이 90.1%에 달했다.
조 과장은 “프로그램 참여 학생의 만족도 조사결과 72%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참여기업의 75%가 일반 직원에 비해 프로그램 참여 학생의 현장 교육기간이 짧다고 답했다”며 “현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고 기업도 믿을 만한 준비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올해 시범 사업에 들어간 기술사관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과장은“공고(3년)는 실습 및 기본 교육을, 전문대(2년)는 이론 및 기술교육을 담당함으로써 현장 중간관리 리더를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 기술 인력 확충을 지원하고 청년층의 직업 교육기관에 대한 기피현상을 해소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관련 사업을 꾸준히 확대한다는 목표다. 조 과장은 “지식 기반 사회의 도래로 지식서비스업에 대한 중점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참여 전문계고 대상을 공업계 외 타 계열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중소기업과 4년제 대학을 연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시범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청은 참여업체의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부족, 참여 업체의 영세성, 연계교육 및 절차의 어려움, 중소 기업 인식 부족 등이 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부각됐다며 앞으로 우수 중소기업 DB 구축 등으로 우량 중소기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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