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이 날로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기술 유출은 총 42건으로 피해 규모가 무려 79조원에 달한다. 우리 기업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들이 한순간의 관리 실수로 해외로 빠져나가며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자신문은 정부가 기술유출의 사전적 차단을 위해 마련한 보호장치인 ‘기술자료 임치제도’에 대해 현황과 기대효과 그리고 국내외 사례 등을 주 1회씩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기업의 영업비밀인 ‘기술’을 정부가 공인한 특정 장소에 보관해 보호와 동시에 유출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중소기업청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기획해 올해부터 본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관은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재단에서 담당한다.
제도는 영업비밀의 보호 그리고 대·중소기업 기술거래시 발생할 수 있는 기술유출 방지 두 가지 큰 목적으로 활용된다.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기술에 대해 특허로 출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의 배경으로는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을 든다. 임치제는 이를 사전에 막는다. 예컨대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됐을 경우, 보관된 기술자료(임치물)를 통해 해당 기술의 개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협력관계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려는 대기업으로부터 회사 기술의 유출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30%가 납품거래시 핵심기술 유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납품과정에서 기술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항상 갖고 있어야 하며 임치제는 이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타 기업의 기술을 도입한 기업도 이 제도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파산·폐업·부도 등 예상치 못한 결과로 기술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기술의 지속적 사용이 불가능해진 경우를 사전에 막는다는 차원이다. 양측이 서로 협의해 기술을 임치하면 이같은 불가피한 경우 사용업체는 기술자료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임치제 활용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핵심 영업비밀을 재단에 임치하고 향후 여러 기업과 계약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다자간 임치계약과 수·위탁거래간 라이선스 계약시 개발기업과 사용 기업이 협의해 이용하는 삼자간 임치계약이다.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임치계약이 적합하고 사용기업이 1곳인 기술의 경우 삼자간 임치계약이 적절하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안병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기업의 핵심 기술인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며 “내부 직원 또는 산업스파이 등에 의해 자료가 유출돼도 임치물을 통해 기술 보유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