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진(지진피해 대비) 설비 시장이 뜬다.
앞으로 신설 또는 증축되는 모든 전기·정보통신 설비에 지진피해 대책이 의무화된다. 개정 지진재해대책법에 전기통신설비가 법정지정 시설물로 추가됨에 따라 앞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주요 전력시설, 유무선 통신장비 집중국, 스토리지, 기지국 등은 반드시 지진피해 방지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몇년간 한반도에서 지진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짐에 따라 IT시설에도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종합 시큐리티기업인 돔테크널리지(대표 강용수 www.domtech.co.kr)는 최근 전력거래소에 지진격리 플랫폼 ‘ISO-BASE’를 공급해 면진설비 시장의 선도주자로 부각됐다. 한국전력·한국철도공사 등도 이미 일부 납품이 이뤄졌고, 주요 기관으로부터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김용수 전력거래소 IT총괄팀장은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전략적으로 지진 대비책을 세우게 됐다”며 “향후에도 시스템 확장 및 구축시에 지속적으로 적용해 만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공공기관을 비롯해 대형 IDC나 통신설비를 갖춘 대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내달말까지 자체 전산실에 모두 여덟 조의 롤러형 면진시스템을 갖추는 계약을 체결했다. KT와 SK텔레콤·LG텔레콤·LG데이콤 등은 주요 통신시설의 지진대책 수요가 막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다양한 면진시스템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서버나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면진설비는 한 조당 수백만원대를 넘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관련 대기업들은 면진시스템의 유통판권을 독점해서 별도 지진대책 사업부를 출범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IT업계의 지진대책과 관련해 연간 300억원 가량의 시장 수요를 예측하고 있다.
면진 전문업체 다모아테크의 장용일 이사는 “선진국처럼 전산설비에 지진대책을 의무화한 것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라며 “아직 초창기라서 지진피해를 막을 장비의 성능평가, 인증체계가 미흡한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호·배일한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