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인프라 선진화로 100년 은행 기반 마련”

“IT 인프라 선진화로 100년 은행 기반 마련”

 대구·부산은행 두 최고정보책임자(CIO)의 고민은 동일하다. 바로 올해 말과 내년 초부터 본격화하게 될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진행하느냐이다. 두 은행 모두 지난 2005년 처음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만큼 정보시스템은 낙후된 상태다. 반면 지방 진출을 확산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은 모두 앞다퉈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결국 대구·부산은행에게 있어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경쟁 치열한 금융환경에서 지방은행으로서 사활을 걸고 추진해야 할 차세대시스템 구축 계획을 두 은행 CIO에게서 들었다. 

대구은행에게 있어 시중은행의 대구 진출은 눈엣가시다. 더욱이 시중은행들이 차세대시스템을 속속 가동함에 따라 상품 출시 등에 있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1999년에 업그레이드한 현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

 “올해, 그리고 내년에 대구은행이 주력하게 될 IT전략은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향후 대구은행의 100년 은행의 기반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지난 3월부터 대구은행의 IT전략을 이끌기 시작한 정영만 IT사업단 본부장은 내년 주요 IT전략으로 IT인프라 선진화, 전략사업지원 강화, 첨단 디지털뱅킹 서비스 강화,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 운영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첫번째 전략이 IT인프라 선진화다. 즉 차세대시스템 구축인 것이다. 대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명칭은 ‘넥스피아(NexPia)’다. 넥스피아는 성공적인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100년 은행을 만들어내자는 뜻이라고 정 본부장은 설명한다. 정 본부장은 “현재로서도 상품을 개발하는 데 있어 시중은행보다 많이 늦진 않다”면서 “그러나 현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처하기에는 한계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은행은 지난 2005년 부산은행과 함께 IT공동화를 모색하면서 처음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IT공동화가 무산되면서 다시 원점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를 재개하다보니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됐다. 당시 대구은행이 예정대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했다면 하나은행이나 농협,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은행보다도 먼저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었다.

 대구은행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자 선정에 나서 최근 주사업자와 프로젝트관리(PMO)사업자를 각각 삼성SDS와 액센츄어로 선정했다. 아직은 프레임워크, 하드웨어, 객체지향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RDBMS) 등의 사업자 선정이 남아 있는 상태다.

 대구은행은 모든 사업자 선정을 오는 11월말까지 완료하고 12월부터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는 오는 2011년 8월까지 진행해 8월 16일경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개발기간은 총 20개월로 타행보다 다소 짧은 편이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대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우선적으로 계정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범위가 넓지 않다”면서 “따라서 20개월 내로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늦게 추진하는 만큼 타행 사례를 충분히 벤치마킹 할 수 있었다. 정 본부장은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앞서 진행한 은행들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했다”면서 “대구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앞서 진행한 은행들의 많은 시행착오를 분석해 효율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이 내세우는 타행 대비 차세대시스템의 차별점은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는 고객 서비스 향상 및 내부 사용자의 편이성 제고다. 둘째는 전략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 적시 제공, 셋째는 효율적이고 유연한 IT인프라 구축으로 비용절감 및 시스템 고도화, 넷째는 현장의견 즉시 반영시스템 구축, 다섯째는 가상화 적용 및 확대이다. 정 본부장은 “대구은행의 차별점이 다른 은행들이 전혀 도입하지 않은 것을 새롭게 도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타행보다 더 향상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범위는 △계정계시스템 재구축 △멀티채널통합시스템 구축 △통합단말시스템 구축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 구축 △메타데이터관리시스템 구축 등이다. 대구은행은 정보계를 포함한 부산은행과 달리 계정계 영역에 집중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보계 차세대가 함께 진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우려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 재구축은 하지 않지만 기초 데이터를 생성하는 정보시스템인 운영데이터시스템(OSS)은 재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이 외에도 사용자가 보다 편리한 데이터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유저인터페이스(UI) 개선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본부장은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내부 조직도 변화시킬 방침이다. 현재 대구은행의 IT본부 조직은 한 사람이 요건분석, 설계, 개발, 사후관리까지 모든 것을 수행하는 형태로 돼 있다. 이로 인한 문제점이 많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판단이다. 정 본부장은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 조직부터 팀제 중심의 기능별 조직으로 변경해 나갈 계획”이라며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전체 조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의 또 하나의 고민은 지방은행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은행과의 협업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활발한 협업체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구·부산은행이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생각이다. “아직은 많은 영역은 아니지만 과거부터 수행하던 재해복구센터 공동운영, 자동화기기(ATM)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산은행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또 몇년 전부터는 정보보안컨설팅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정연만 대구은행 IT사업단 본부장은

1958년 대구 출생으로 경일대학교,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76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두호동지점장, 시스템운영팀장, IT기획부장, 영천지점장, 영천영업부장을 거쳐 지난 3월부터 IT사업단 본부장을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