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대부분의 물자를 해외에서 수입한 후 이를 가공하거나 조립해 다시 수출해 왔다. 이런 작업을 거쳐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성장을 이루어 왔다. 일본이 보유한 천연자원은 원래 물, 석탄과 농림수산자원 정도였다. 그러나 천연자원 소비량만큼은 세계 제일이다.
현재 일본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전자기기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철, 동, 아연, 금, 희소금속이 쓰이고 있다. 이들 전자기기에 들어있는 자원을 모두 합친다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즉, 땅속에 묻혀 있는 천연자원으로는 아니지만 전자기기에 들어있는 자원으로는 보유량이 세계 수준인 셈이다.
이처럼 천연자원은 부족한 반면 기기 내 자원 소비가 높은 일본으로서는 재활용 기술이나 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향후 각광받는 산업으로 재활용 산업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을 연계해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환경성이나 문부과학성이 협력해 환경 행정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 협력도 이끌어내고 있다. 이 중 어느 한 곳에라도 장벽이 있으면 재활용 활성화는 어렵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30일 중의원 총선거가 실시됐다. 반세기나 지속되던 자민당 정권이 참패하고 처음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9월 16일 제93대 수상에 하토야마 유키오씨가 선출됐다. 일본에서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하다. 하토야마 수상은 9월 23일 국가연맹 총회에서 일본이 지구온난화 대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CO?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많은 국가들은 이 선언으로 국가 간 벽을 넘어 앞으로의 변화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기업의 존재가치는 사회 공헌과 사원의 생활문화 향상에 있다. 존재조건으로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면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고 만다. 또 이런 기업들은 대체로 자사 상황에만 맞춰 활동하기 때문에 조직 간에 벽이 생겨 마찰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을 초래하고 만다.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식품 생산지 위조 및 분식결산 등 기업 부조리의 주요 원인은 지나친 배금주의에 있다. 이 회사들은 결국 도산하거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그 피해가 사원들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고객 제일주의 등 고객상황에 따라 활동하는 것을 ‘마켓 인’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회사 상황에 따라 활동하는 것은 ‘프로덕트 아웃’이라고 부른다. 말로는 고객 제일주의, 고객 감동을 부르짖으면서도 실상은 프로덕트 아웃을 지향하는 회사가 많은 것은 왜일까. 환자를 몇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는 병원, 유통기한을 위조하는 슈퍼마켓, 효용 없는 상품을 과대광고하는 회사, 고객이 방문한 후에 응접실의 냉·온방 장치 스위치를 켜는 사무소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원래 마켓 인이란 고객이 만족할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언제나 고객의 시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과 직접 만나는 판매나 서비스 부문은 물론이거니와 전 조직과 사원이 다음 공정은 고객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 석유 정제 회사를 컨설팅했을 때의 일이다. 자동차의 윤활유나 브레이크 오일을 생산·판매하는 이 회사는 경영이념으로 고객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었다. 어느 날 컨설팅을 위해 공장을 둘러보다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제품 출하 지역에 매일 몇십 대의 트럭이 운송을 위해 늘어서 있는 것이 아닌가. 제품은 최신식 자동 럭에 격납돼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지정된 제품이 트럭 도크로 운반되게 돼 있었고 트럭 한 대당 적재 시간은 약 30분 정도 소요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동 럭의 트러블 때문에 트럭이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는 것이다. 원인을 조사하다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누구도 트러블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그저 응급처치로 그때그때의 상황을 모면해 왔던 것이다. 자동 럭 장비는 석유 정제 회사 자산이지만, 해당 설비 관리는 자동 럭 메이커의 협력사에. 제품의 출하 업무(자동 럭 조작)는 별도의 업자에게 위임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트러블이 발생해도 출하 업무 담당자는 설비 업체 협력사에, 협력사는 설비 제조업체에 책임을 떠넘기며 누구 하나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업자 간의 벽이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 정제 회사, 설비 관리업자, 출하 업무 담당자 등을 불러 “여러분은 트럭 운전기사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고객이 아닌가요. 고객을 어떻게 몇 시간씩이나 기다리게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두 자신들의 역할 책임인 고객 만족이란 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프로덕트 아웃으로 고객에게 폐를 끼치며 한편으로는 엄청난 낭비를 양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둘러 석유 정제 회사의 사장 직할 체제 아래 각 분야를 중심으로 한 개선 프로젝트 팀을 결성, 본질적인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업은 외부로부터의 압력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로 붕괴한다고 한다. 전사적으로 마켓 인에 대한 의식을 개혁하고 조직 간의 벽을 없애며 전체 최적화를 지향해야 할 시기다. 의식 개혁의 키워드는 ‘다음 공정은 고객’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고도 겐지 고도경영종합연구소 대표 kenji.godo@jocm.home.n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