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2010년형 체어맨W는, 2008년 2월 처음 출시된 체어맨W의 부분변경 모델로, 크고 작은 21개 항목이 바뀌거나 새로 추가됐다. 외관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에 승차감 향상과 NVH(소음, 진동) 개선 등 몸에 와 닿는 차의 특성을 손본 것이 특징.
먼저 앞좌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로는 대시보드와 도어의 장식 일부가 색상 및 재질을 달리한 것을 들 수 있다. 변속기 레버의 디자인도 바뀌었다. 첫 출시 당시 운전석 주위의 고급차다운 무게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내거울에는 하이패스 기능을 통합해 편의성을 높였다.
실내에서 특징적이었던 에어벤트샤워(일반적인 송풍구 외에 타공된 메탈 장식 부분에서도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라든지, 벤츠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윈도스위치, 스웨이드로 마감된 천장 등은 여전하다. 기존 모델에 비해 앞좌석 등받이 두께를 줄인 덕분에 뒷좌석 다리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뒷좌석 주변에는 냉온장 기능의 콘솔박스와 도어 및 뒷유리 전동식 햇빛가리개, 좌석 전동 슬라이딩 기능 등이 갖춰져 있어 최고급차다운 면모를 확인시켜 준다.
문을 닫을 때 문턱에 걸칠 정도까지만 움직여주면 나머지를 차가 알아서 닫아주는 파워도어와 트렁크 덮개를 원터치로 열거나 닫을 수 있는 파워 트렁크 기능은 거의 모든 급에 확대적용됐다. 시승차처럼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 경우에는 트렁크 덮개가 열렸을 때 짐을 싣기가 편하도록 뒷부분이 낮아진다. 트렁크 덮개 안쪽에는 전에 없었던 손잡이와 우산꽂이가 추가돼 세심한 부분까지 개선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무드램프 조명도 밝기를 최적화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2010년형 체어맨W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할 것은 전자제어 에어 서스펜션 안쪽에 리바운드 스프링이 추가된 것이다. 큰 요철을 통과할 때는 충격을 더욱 줄여주고 급격한 핸들링 시에는 차의 쏠림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차체의 뒷바퀴 앞쪽 부위에는 보강재를 추가해 소음 및 진동 차단 능력을 높였다. 과속방지턱을 ‘과속’으로 통과해도 불쾌함을 느낄 수 없는 뒷좌석 승차감이 일품이다. 반면에 바람이 많이 불었던 시승장소의 여건 탓인지 고속주행 시 앞좌석에서는 풍절음이 두드러졌다. 고요하던 엔진음은 급가속 때 또렷하고 굵직한 소리를 낸다. 체어맨 시리즈가 기술적인 뿌리를 두고 있는 독일제 고급세단들의 성격을 이어받은 듯하다.
시승차는 ‘CW700’으로 3.6리터 직렬 6기통 250마력 엔진을 사용했다. 체어맨W 중에서도 최고봉인 ‘V8 5000’ 모델에 비하면 많이 약하게 느껴지지만 뒷자리에 CEO를 모시고 다니기에는 손색이 없는 힘을 낸다. 시승 내내 성인남성 4명이 타고 다녀 보니 그랬다. 변속기는 자동 7단이고, 변속레버에는 쌍용 특유의 손가락 조작식 수동변속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변속버튼을 이용해도 되지만 자주 쓸 일은 없을 듯하다.
쌍용자동차는 적어도 상품성에 관한 한 체어맨W가 에쿠스를 이긴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쌍용 측이 꼽는 체어맨W의 강점으로는 실수요층의 취향에 맞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디자인, 10년 넘게 사랑 받아온 후륜구동 최고급 세단으로서의 체어맨 브랜드, 에쿠스에는 없는 4륜구동 모델, 벤츠에서 가져온 V8 5000㏄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 하만카돈 브랜드의 17스피커 오디오, 앞좌석 무릎에어백을 포함한 10개의 에어백 등이 있다. 하지만 판매망의 열세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회사의 형편이 문제다. 2010년형 체어맨W는 쌍용의 표현대로 ‘성공적 기업 회생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민병권기자 bkm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