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초치기’가 골프에서도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다.
골프에서 초치기란 라운딩이 있기 전날 저녁에 연습장에 가서 두세 시간 열심히 공을 두드리는 것을 말한다. 초치기는 시험 전날 밤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게으른 학생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골퍼들도 초치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가 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치기는 별로 효과가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골프 스코어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이다. 라운딩이 있기 전날 저녁에 연습장에 가서 100개의 드라이브 샷을 때리고 200개의 7번 아이언 샷을 때리고 나면 손목 근육은 물론이고 가슴 근육까지 상체 근육 모두가 피로 상태로 들어간다.
10대라면 모를까 30대 중반을 넘은 골퍼라면 하룻밤 자는 사이에 피로가 풀릴 리가 없다. 필요한 근육 모두가 피로에 젖어 있는 상태로 필드에서 첫 번째 티샷을 때려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맞을 리가 없다.
골프 교습서에 의하면 라운딩 전에 30분 정도 몸을 풀어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프로선수들도 라운딩이 있기 2시간 전에 골프 코스에 도착해서 1시간 정도 드라이브 샷·아이언 샷을 가다듬는 것을 볼 수 있다.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 과학자들이 라운딩 전에 드라이브 샷이며 아이언 샷을 때려내며 몸을 푸는 연습법이 그날의 스코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교한 프로토콜에 따라 실험을 해봤다. 그 결과가 놀랍다.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라운딩 전의 퍼팅 연습은 그날의 스코어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결과를 얻었다. 아마도 그린 스피드라든지 브레이크의 휘어지는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이 막히는 통에 골프 코스에 도착해서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없을 뿐더러 연습할 장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골퍼들이 몸을 풀지 못했다고 툴툴대는데 사실은 몸을 푸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투덜거릴 시간이 있으면 그 틈에 연습 그린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