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들이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른 프로젝트 통합 발주로 비상이 걸렸다. 단일 프로젝트 규모는 커졌지만 그만큼 사업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 업체 간 사활을 건 수주전이 치열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맞춰 기관 통폐합 또는 IT시스템 통합이 잇따르면서 통합 ERP 구축프로젝트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은 기관별로 나뉘어 운영하던 ERP 시스템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통합 발주해 시너지 효과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 서울복지재단·서울시여성가족재단·서울문화재단·시립교향악단·자원봉사센터 등 5개 출연기관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ERP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출연기관 표준ERP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 각 기관별로 상이하게 운영하던 ERP 솔루션은 모두 하나의 제품으로 통합될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의 발전부문 자회사 가운데 한국남부·남동·서부발전 등 3개사는 최근 총 300억원 규모 신규 ERP 구축사업을 통합 발주했다. 과거 같으면 각 기관이 3개 프로젝트를 나눠 발주했겠지만 비용 절감 및 사업 효율화를 위해 통합 발주가 이뤄졌다.
통합 ERP솔루션으로는 SAP 제품이 선택돼 앞서 개별적으로 진행됐던 한전, 한국중부·동서발전 등에 이어 한전 그룹 ERP를 SAP가 독식하게 됐다.
증권업협회·자산운용협회·선물협회 등 3곳이 통합한 금융투자협회도 올 초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영림원 솔루션으로 통합한 데 이어 내년에는 통합 ERP 구축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처럼 ERP 통합에 따라 사업규모는 2∼3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기존 고객을 경쟁사에 넘겨주는 ‘윈백’을 당하는 업체로서는 충격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일부 기관은 ERP 통합에 맞춰 서버·스토리지 등도 통합 발주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및 시스템구축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른 사업에서 만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통합사업으로 ‘모 아니면 도’ 형국이 될 공산이 커졌다”며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호준·정진욱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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