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은행 IT 투자 축소 초래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시중은행 최근 3년간 IT예산

 미국발 경기침체가 은행의 정보기술(IT) 투자 대폭 축소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시중은행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IT부문 투자를 줄인 결과다. 은행권은 이 같은 IT투자 비용 줄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5일 전자신문이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제공받은 ‘최근 3년간 금융기관별 IT예산’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 등 주요 7대 은행의 올해 IT예산은 1조4946억원으로 지난해 1조9904억원에 비해 24.9% 줄었다. 올해 예산은 2007년(1조7538억억)과 비교해도 2600억원가량 적다. 자료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9월 조사해 이성헌 의원실에 제공한 것으로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 IT투자 예산이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주요 시중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3808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지난해(6114억원)와 비교해 37.7%나 줄인 수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각각 2773억원과 2707억원으로 잡았지만, 이것 역시 작년보다 32.5%와 29.2% 줄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비교해 3.8% 줄어든 2487억원으로 잡았다. 외환은행(1277억원) 씨티은행(1164억원) SC제일은행(73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씨티은행이 작년 대비 다소 늘렸지만, 타 은행에 비해 투자비용이 절반도 못 되는 수준이다.

 업계는 이 같은 투자축소 현상을 금융위기에 따른 허리띠 졸라매기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IT부문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는 중장기 전략인 만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올해 은행권이 예산을 크게 줄인 셈이다. 은행들은 올해 사업 예산 가운데 IT 예산을 계획 대비 수백억원씩 삭감했다. 여기에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끝나거나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올해 상당한 예산 집행이 예상됐던 5만원권 발행에 따른 자동화기기(ATM) 교체 수요도 그다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의 IT투자 규모가 이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끝나고, 인터넷뱅킹 등 주력 시스템도 크게 변경할 것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문제로 금융감독당국에서 보안 투자 확대를 요청했지만 전체 투자의 5% 수준에 불과해 전체 규모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송영남 우리은행 IT지원부장은 “경기침체 여파로 대규모 사업을 벌이지 않은데다가 은행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IT투자가 줄었다”며 “앞으로 큰 이슈가 없을 것으로 봤을 때 내년 이후 은행 IT투자는 올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