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카드, 1년간 22%나 급증

 과거 1년 이상 신용카드 이용 실적이 없는 회원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며 카드 발급을 남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신학용(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무실적 카드 회원(중복 가입 회원 포함)은 지난 6월 말 현재 1675만명으로 1년 전 1천367만명보다 22.5% 증가했다.

 이중 비씨·신한·삼성·현대·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의 무실적 회원은 873만명으로 16.6%, 카드 겸영 은행의 무실적 회원은 802만명으로 29.8% 각각 늘어났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강화로 카드 발급이 급증하면서 무실적 회원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사들이 2008년 1분기 319만명, 2분기 306만명 등 분기에 300만명이 넘는 신규 회원을 모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후 신규 모집 회원은 3분기 296만명, 4분기 286만명, 올해 1분기 241만명으로 줄었다가 2분기 248만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누적 카드 발급 수는 ‘카드 대란’ 직후인 2004년 말 8천600만장에서 2005년 말 8천647만장, 2006년말 9천247만장으로 늘어났다.

 2007년 말 LG카드와 신한카드의 통합 등으로 8천877만장으로 줄었다가 2008년 말 9천624만장, 지난 6월 말 1억27만장으로 1억장을 넘어섰다.

 금감원은 최근 카드사들이 경기 회복을 틈 타 길거리에서 카드 회원을 불법 모집하는 등 과당 경쟁 조짐이 다시 나타남에 따라 이달 말 실태점검에 나서 관련 법규를 어긴 카드사나 모집인은 제재할 계획이다.

 카드 거래를 거절하거나 고객에게 수수료를 떠넘기는 카드 가맹점도 늘어나고 있다. 가맹점이 이런 불법 행위로 적발된 건수는 올해 상반기 1042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4.6% 증가했다. 이중 카드 거래 거절이 640건, 고객 부당대우가 402건이었다.

 신 의원은 “무실적 회원이 늘어났다는 것은 카드사들이 회원 확보를 위해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는 등 과당경쟁을 벌였다는 증거”라며 “무실적 회원은 자신도 모르게 연회비가 빠져나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감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배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