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역사를 연 브라운관TV가 세상에 나온 건 19세기 후반이다. 얼추 100년 전인 1897년 독일 브라운이 처음으로 개발했다. 그로부터 30여년 지난 1936년 영국 BBC 방송이 전자식TV로 정규 방송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안방 TV 시대가 열렸다. 당시 사용한 TV가 미국 EMI에서 개발한 전자식 TV였다. 이어 1939년 RCA가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방송 시연에 성공하면서 TV는 우리 생활 속으로 급속하게 파고 들었다.
70년 역사 속에서 TV는 진화를 거듭했다. 세 번의 세대교체를 통해 TV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전자 제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1세대 브라운관TV가 나온 이후 TV 산업계를 뒤흔든 사건은 그로부터 18년 후에 선보인 컬러TV의 등장이었다. 컬러TV는 2세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컬러 시대는 1998년 디지털TV가 나올 때까지 무려 44년 동안 이어졌다. 이어 1998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3세대 TV 시대가 열렸다. 디지털은 TV에 혁명을 가져 왔다. 화질·디자인·디스플레이 기술 등 모든 면에서 TV를 ‘180도’로 바꿔 놓았다. 심지어 TV를 보는 형태까지 바꿔 놓았다. TV는 디지털과 만나면서 ‘보는 TV’에서 ‘사용하는 TV’로 위상이 변했다.
TV 기술은 이제 정점에 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대략 2015년, 또 한 번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 1998년 디지털 시대가 개막한 후 17년 지난 2015년을 4세대 TV 시대가 열리는 분기점으로 잡고 있다. 시장 상황에 2∼3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울트라 고선명TV(UD HD), 3D TV, AM OLED TV 등 아직은 ‘맛보기’ 수준이지만 이미 차세대 주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알파벳으로 앞으로 벌어질 5대 TV 흐름을 짚어본다.
#A(AM OLED)
TV 기술은 화질과 싸움이었다. 보다 자연스럽고 실감나는 화면을 구현하는 쪽으로 기술 진화가 이뤄졌다. 3세대 TV혁명을 주도한 디지털TV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이 바로 ‘액정 디스플레이(LCD)’였다. 그러나 LCD는 자체 발광력이 없어 외부에서 광원을 끌어 와야 한다. ‘백라이트 유닛’ 이라는 별도 부품이 필요하다. 반면 능동형 유기 발광다이오드(AM OLED)는 스스로 빛을 낸다. 그만큼 디자인·휘도·화질에서 LCD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점차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경제성도 갖춰 나가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부터 19·26·32·37인치에 이어 2013년에는 40·46·52인치 AM OLED TV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OLED TV 시대’가 열린다고 낙관했다. 2010년에는 10만대에 이어 2013년에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서고 2015년에는 1600만대로 시장 규모가 커진다고 예측했다.
#B(Beyond HD)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실감·현장감·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실감 미디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TV 진화 방향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실감 미디어를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화면이 대형화할수록 HD급 이상의 해상도가 필요하다. 최근 UD HD에 관심이 높은 배경도 이 때문이다. UD HD는 HD급에 비해 4∼16배 가량 해상도가 높다. 100인치 화면에서도 실감나는 화면을 즐길 수 있다. 3D TV 역시 마찬가지다. 입체감 있는 화면을 위해서는 3D로 전환이 불가피하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은 “새로운 TV는 현실감 있는 영상을 구현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수 있는 인지 시야각이 넓은 초대형 화면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UD급 이상의 고해상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초당 480장 이상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초고속 구동 기술, 극사실 현장감을 주는 3D 입체영상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Connectivity)
거실 한 가운데 있는 TV는 점차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위상이 바뀔 것이다. 이전처럼 단순히 방송국에서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쏘아 주면 이를 안방에서 시청하는 단방향 TV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소비자와 교감하는 ‘양방향 TV 시대’가 열린다. 양방향 전제는 바로 네트워크, 즉 연결성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화질 변화가 한 축에서 이뤄진다면 콘텐츠를 중심으로 TV는 모든 기기와 맞물리는 네트워크 혁신이 이뤄진다. 그만큼 콘텐츠 형태가 다양해지고 주문형 비디오(VOD)에서 인터넷 방송 등 TV의 IP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또 이와 맞물려 스마트 센서·터치스크린·스마트 리모컨 등 입력 장치도 진화하면서 보는 사람한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맞춤형 인터페이스(Ambient UI)’ 기술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D(Design)
디지털TV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시점은 2000년대 중반이다. 이전까지 TV는 대화면 경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넘어 오면서 경쟁 포인트를 대화면에서 디자인으로 다시 설정했다. TV는 가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이며 거실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주부가 최종 구매 결정자라는 점도 깔려 있었다. 2006년 삼성전자가 출시한 와인잔을 본 뜬 ‘보르도TV’는 감성적 디자인을 앞세워 안방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TV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삼성의 LED TV·LG의 보더리스 TV 등도 앞선 기술도 한 몫을 했지만 디자인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특히 선진국으로 갈수록 디자인은 TV 수요를 촉발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E(Eco)
올해 200만대 이상 판매를 낙관하는 삼성 LED TV. 글로벌 히트 제품으로 부상한 데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한 게 주효했다. 환경친화적인 LED를 백라이트 소재로 사용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높여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최근 산업계의 최대 현안인 ‘그린’은 TV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이와 맞물려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공정 기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기술 등은 경쟁력을 가늠하는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삼성·LG전자를 주도로 패턴 프린팅 등을 통해 공정 혁신이 이뤄졌으며 이산화탄소 절감 등 친환경 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저전력 설계 기술은 TV 전체 디자인을 좌우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지고 누가 더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느냐가 앞으로 시장 주도권을 쥐는 핵심 고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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