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러스나노텍`이 일깨워주는 것들

[ET단상] `러스나노텍`이 일깨워주는 것들

최근 러시아 나노기술공사(RUSNANO) 주관으로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스나노텍 2009’를 둘러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나노 부문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 규모와 발전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36개국, 685명의 나노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한 이 국제행사에는 일반인의 관심도 높다. 나노제품 전시장 입장객이 수만명에 이를 정도였다. 특히 나노상용화 우수국가 자격으로 초대된 한국과 독일이 각각 개최한 세션에는 국가혁신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각국 대표단의 열기가 뜨거웠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시회와 포럼을 위해 정부와 산·학·연·관으로 구성된 3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개회 당시 본회의장에 나타난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직접 연사로 나서 “이제는 원유 대신 나노기술이 국가의 미래 성장 엔진”이라고 단언하며 나노 발전 프로그램을 소개할 정도로 관심이 지대했다. 국가 수반이 일개 전문가 포럼에 이렇게까지 힘을 실어주는가 싶어 내심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노기술 상용화에 국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의 오늘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015년까지 107억달러를 나노융합산업에 투자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를 방증하듯 러시아 정부는 2007년 자본금 50억달러를 투자해 국영기업인 러시아 나노공사를 설립했다. 현재 공사는 연간 1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자해 러시아 나노기술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나노기술 산업화에서도 컨트롤타워로 작동하고 있다.

 실제로 행사 이튿날 한국이 초청국 자격으로 단독 세션에서 주제 발표하는 동안 세계 4위로 인정받는 한국 나노기술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국 나노기술에 대한 세계의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7년간 나노 관련 투자 규모가 2조원에 불과한 반면에 국가 역량을 총집결해 세계 1위를 넘보는 러시아 등 세계에서 추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과감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현재 세계 4위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이 진정한 ‘톱 3’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컨트롤타워와 체계적인 상용화 프로그램부터 선행돼야 한다. 산·학·연·관 협력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나노융합 2.0 사업’을 위해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데 힘을 모은 것은 ‘국가역량결집 강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이제 나노융합 2.0 사업의 핵심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나노융합산업협력기구’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유관 기관이 나노 관련 사업 전문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야 할 때다. 국책연구기관들도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나노기술 상용화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 및 인프라 구축에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나노융합산업은 다가올 융·복합시대를 이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나노 관련 개별 전문가는 물론이고 산·학·연·관이 총역량을 결집할 수 있도록 국가정책이 수립되고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책이 실행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기계연구원 이상천 원장(scl0706@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