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박스권 안에서 지지부진하게 진퇴를 거듭하는 가운데 세계 거시 경제 환경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기가 심상치 않아 당분간 몸을 사려야 한다는 조언이 있는가 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워낙 좋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을 당부했다.
◇증시를 보는 비관적인 눈=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7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투자전략 설명회를 통해 코스피지수의 적정선은 1540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현재 증시는 명백한 단기과열(오버슈팅) 국면으로 거품(버블)이 끼여 있다는 진단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올해 2, 3분기 들어 증시가 크게 올랐지만 이는 각국 정부 특히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은 바가 컸다”며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며 증시를 띄워놨지만 마땅한 출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증시는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품만 낀 상태로 물가 상승이 경기 회복을 압도할 경우 증시가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경기 지표도 부담스러운 상황. 그는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고의 실업률, 신용카드·모기지 부문에서의 연체율 증가, 주택 가격의 추가 하락으로 인한 금융 부실 재발 가능성 등 잠재 부실을 우려할 수준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의 상업 부동산 대출업체인 캡마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미국 상업부동산발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국 기업 펀더멘털 문제없다? 있다?=반면 미국발 뉴스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효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와 중앙 은행의 유동성 공급 축소 논란, 환율 전쟁 조짐 등 악재 요인이 상존한다”면서도 “국내의 경기관련 지표 호조가 뚜렷하고 최근 우리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증시의 급조정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과도한 비관론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반면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은 것은 맞지만 “환율 효과(원화 약세)로 덕을 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과잉 평가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깜짝 실적은 원자재값 하락, 마케팅 비용 하락, 투자 감소 등 일시적인 비용 절감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원화 절상 및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 증대 등으로 한국 기업의 깜짝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특히 원화 값이 엔화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 연구원도 “이미 한국은 환율 효과, 정책 효과가 모두 약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수요 부진 탓에 올해 4분기, 내년 1분기 성장률이 매우 낮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 연초 경기 흐름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한편 27일 코스피는 미국 증시의 급락 여파로 7.58포인트 하락한 1649.53으로 마감했다. 전날 1% 이상 오르며 간만에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금새 오름세가 꺾여 1640선으로 주저 앉았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