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업 증가추세에도 고위험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기술창업이 늘지 않고 있는 배경으로 ‘연대보증제’를 꼽았다. 그는 일부 벤처기업가들이 주변 젊은이들에게 이 제도를 이유로 창업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전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27일 ‘연대보증제 개선’ 의사를 피력한 것은 이처럼 민관에서 개선과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최근 중소기업계와의 자리에서 연대보증제 폐지 요청을 잇따라 받았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창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정 총리로선 개선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대보증은 사실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벤처기업에 큰 부담이다. 성공 확률이 20∼30%에 그치는 상황에서 연대보증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큰 멍에를 져야 한다. 이는 무엇보다 재기의 길을 원천 차단한다.
최근 수년 동안 연대보증제도가 개선됐지만 업계는 여전히 불만이다. 신용보증기관 기준으로 연대보증인 대상은 전문경영인을 제외한 대표이사와 무한책임사원, 실제경영자 그리고 과점주주 이사 등이다. 사실상 기업의 핵심인력 모두다. 이들이 연대보증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기업가정신 함양에 크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 등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는 데에도 걸림돌이다. 이는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으로 이어졌다.
벤처 1세대를 중심으로 연대보증제 폐지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이들의 실패 경험을 살릴 수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벤처는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한다.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밑거름으로 고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현 시스템으론 이런 실패 경험을 살려 재기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하다. 심지어 다른 동료 또는 후배 벤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환경도 안 된다. 값진 경험이 그대로 사장된다.
도덕적 해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용인하다 보면 악용하는 사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또한 시스템을 거쳐 강력한 사후 징벌로 막을 수 있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우리 사회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설명한다. 최근 벤처기업의 보증사고율이 급감했다. 벤처의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시각과 아울러 한편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기업이 없다는 우려가 병존한다.<본지 10월 27일자 1면 참조> 벤처가 모험을 꺼린다면 의미가 없다. 정 총리의 연대보증제 개선 의지를 활력을 잃은 벤처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개선 폭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