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 정말 끝났을까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일 발표된다. 시장예측전문기관들이 점치고 있는 3.4분기 성장률은 약 3%에 달한다. 예측대로라면 작년 3.4분기부터 올해 2.4분기까지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 경제가 마침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셈이다.

마이너스 성장이 끝났다는 것 자체가 갖는 의미도 대단하지만 3.4분기에 미국 경제가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전분기에 비해 무려 3% 안팎 성장했다는 것은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분기 성장률이 3%에 달하는 것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최장기 침체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세로 탄탄하게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부 비관론자들이 제기하던 ‘W’자형 더블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GDP 성장률 예측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의 민간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27일 발표한 10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47.5로 9월의 53.4보다 5.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이 지표가 이같이 예상밖의 부진을 보인 가장 큰 원인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용사정 탓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공건설 사업에 상당한 역점을 둬 추진한 경기부양책의 대표적 수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는 이날 2천500명을 추가로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6일 발표예정인 10월 실업률은 마침내 10%를 돌파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런 점 때문에 GDP 성장률이 호전되더라도 경기회복으로 속단하기 곤란하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그러나 실업률을 제외하면 여타 지표들이 경기회복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소비지출의 최신 데이터인 8월 지표는 전월 대비 1.3% 증가해 8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9월의 주택거래 실적도 2년여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7일 발표한 8월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도 전월보다 1.0% 상승해 대도시 지역의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경기전망 분석기관인 블루칩이코노믹인디케이터즈(BCEI)는 내년말까지 분기 성장률이 플러스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의 조사에서는 경제전문가 43명 가운데 34명이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이사회 의장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기침체가 끝났을 공산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백악관의 경제자문위원장인 크리스티나 로머는 “올해 1월만해도 침체가 끝날 것이라는 조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으나 이제는 확실히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기회복을 강하게 시사하는 지표들과 고삐풀린 듯한 실업률 사이의 간극은 좁힐 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당분간 실업률 급등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GDP성장률을 비롯한 각종 지표들이 호전되더라도 일자리를 잃은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심각한 경기침체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사이에 괴리가 계속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720만명의 실업자가 생겨났고 이 가운데 340만명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실업자 대열에 합류했다.

텍사스대의 제임스 K. 갈브레이스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상태에 있던 GDP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실업률이 4% 수준으로 떨어져야 경기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기까지는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패턴도 이와 비슷하다. 가장 최근의 침체기였던 2001년에 8개월간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미국의 실업률이 2000년 4%에서 2001년에는 4.8%로 높아졌다. 이후 2002년에는 5.8%로, 2003년에는 6.0%로 더 올라갔으며 2006년에 가서야 4.6%로 내려갔다.

경기침체가 끝나고 나서도 실업률은 한동안 계속 오르는 현상이 이번에도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 양상은 오히려 더 심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은행의 파산과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이다.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후 대형 금융사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통해 위기에서 탈피, 최근에는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중소은행들은 하나둘씩 나가떨어지면서 올들어 파산은행의 숫자가 100개를 돌파,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난에 허덕이고 가계의 소비심리는 더욱 얼어붙는 양상이다.

정부의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 등이 대형 은행과 대기업을 살리는데는 성공했으나 밑바닥까지 온기를 전파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에 대해 미 정부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백악관의 제리드 번스타인 경제보좌관은 AP와의 회견에서 “고용사정의 확고한 개선없이는 진정한 경기회복이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