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 핵심기술과 진화전략 심포지엄]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https://img.etnews.com/photonews/0910/091028063050_1991869523_b.jpg)
디지털 통신의 발전사를 보면 두 차례의 대전이 있었다. 음성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전화통신과 컴퓨터통신은 1980년대에 들어서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을 놓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전화통신 측에서는 회선방식에 의거해 통합을 시도하다가 ATM방식으로 전환하여 세계 통신사업자들을 규합해 밀어붙였다. 그러나 컴퓨터통신 측에서는 완강히 버티며 IP패킷방식에 의한 통합을 고수했다. 이것이 1990년대까지 이어진 ‘제1차 디지털 대전’이다. 이 유선통신 무대에서 벌어진 제1차 디지털 대전은 결국 약세로 보였던 컴퓨터통신 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리고 지금 ‘제2차 디지털 대전’이 목하 진행 중이다. 이것은 무선통신 무대에서 벌어지는 음성-데이터 통합전이다. 전화통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동통신은 GSM 진영과 CDMA 진영으로 나뉘어 3세대까지 경쟁하다가 컴퓨터통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터넷 방식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더넷LAN과 무선LAN(WiFi)를 계승한 ‘all-IP 방식’ 와이브로(Mobile WiMAX)가 OFDMA, MIMO 등 최신 통신기술로 무장하고 등장한 것이다. 그러자 두 진영은 긴급히 합세하여 유사한 성질의 LTE를 4G 방식으로 제시하면서 제2차 디지털 대전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와이브로는 3-4년 앞선 출발을, LTE는 다수 이통사업자 지지를 무기삼아 세계 각지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떠한 4G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그 답은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제품이 된 와이브로를 활짝 꽃피우면서 개방적인 ‘4G 글로벌 모바일인터넷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앞선 우리나라 무선 인프라 속에 세계 각국의 최신 통신 기술과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들이 시험을 거친 후 세계 시장에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4G 이동통신시대에 세계 중심으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이를 토대로 국부를 창출하고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실적인 고민거리가 있다. 3.5G 와이브로는 비록 3.5G LTE보다 4년이나 앞서서 시작되었고 또 세계 75개국 139개 사업자가 사업을 제공 중에 있거나 제공할 예정이지만,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시장에서의 성패가 그대로 세계 시장에서의 성패로 이어지는 것은 CDMA의 교훈을 되새겨볼 때 명백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출범과 더불어 와이브로 부진의 본질적인 원인을 규명해보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점과 무선 인터넷 시장이 닫힌 점 등이 문제로 진단되었다. 그래서 와이브로 전담반과 무선인터넷 전담반을 가동하여 긴급 대응에 나선 결과, 그 해결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제 한두 해만 가면 와이브로는 활짝 꽃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함께 에릭슨을 선봉으로 하는 LTE 공격진이 한반도에 진출하여 교두보를 쌓기 시작한 것이다.
3년씩이나 주파수를 할당해주지 않아 BT의 와이브로 시범사업을 좌초시키면서 LTE를 수호한 영국이나, 자국의 TD-SCDMA 모델을 성공시키고자 와이브로를 극렬 반대하고 발도 못 붙이게 하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개방과 수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의 방식을 수용할 때 우리도 와이브로를 그 나라에 진출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방적인 자세에도 주도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만일 무분별한 개방으로 나간다면 결국 와이브로 국내정착도 와이브로 해외진출도 다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현명한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병기 李秉基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blee@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