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이 내년 D램과 낸드 플래시 모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의 가격 강세가 내년에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치킨게임’의 승자 대열에 있는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28일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반도체 시장 전체가 올 연말 이후 연평균 11%,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는 16% 정도씩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D램은 물론이고 낸드 플래시에서도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전망의 근거로 주 수요처인 PC와 휴대폰 시장의 회복세를 들었다. PC 시장이 내년부터 2012년까지 11∼16% 성장하고 휴대폰은 같은 기간 6.7∼8.3% 성장해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생겨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도체 가격은 이미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뚜렷하다. 대표적인 D램 품목인 DDR2는 작년 말 1달러 이하로 떨어졌다가 현재 2.5달러 수준까지 회복됐다. 낸드 플래시도 올해 초 2달러 내외에서 10월 현재 6달러에 근접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업체 중 가장 먼저인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3분기 세계 두 번째로 흑자 전환을 달성했다. 경쟁사들은 체력이 다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상태다.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서 1∼2년 뒤지다 보니 내년 반도체 시장이 회복돼도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는 불황기를 지나면서 강력한 체질을 다져 D램 세계 시장 점유율이 작년 29%에서 올해 36%로 뛰었으며 낸드 플래시는 40%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다른 경쟁자들은 누적 적자만 250억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대폭 강화,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미세공정을 선행 개발해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며 “D램은 경쟁사보다 1.5세대 앞서가고 낸드 플래시는 1분기 혹은 2분기의 격차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 166억달러, 2012년에는 255억달러의 매출을 각각 올린다는 목표다.
권오현 사장은 “지난 1993년 이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LSI 사업을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