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에서는 달러가 여전히 `왕`

최근 미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지만, 암시장 등 지하경제에서는 달러가 여전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베트남의 귀금속 가게에서부터 베네수엘라의 택시, 나이지리아의 야외시장에 이르기까지 암시장의 환전상들은 가치가 일부 하락하긴 했어도 달러가 아직도 선택받는 통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기적으로 베트남 화폐인 동을 달러로 환전하는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상 부 만 퀸은 “미 달러가 가치를 잃고 있지만, 이곳 베트남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여전히 달러와 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환전상인 하이 두옹은 28일 하루 동안 20명이상의 고객이 달러를 사갔지만, 유로를 매입한 손님은 2명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던 하버드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달러는 전세계 암시장의 ’왕(King)’"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용되는 미 달러화의 약 75% 가량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 있고, 이중 대부분이 정부의 통제 밖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지하경제에 소속돼 있다면서 ”이 돈은 현금 등록기에도, 은행 금고에도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암시장을 통해 주민들은 인플레나 자국통화 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고 기업들은 암시장에서 조달한 달러로 무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암시장이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해주고 있다.

하지만, 하루 약 3조달러 규모(국제결제은행 추산)인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최근 달러화의 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달러는 올해 유로에 대해 약 6% 떨어졌고 지난 3월 초 이후 통화바스켓에 대해서는 15%나 하락한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