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예쁘면서 안전하고 편의장비도 많은 그런 차를 우리도 가지고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것은 꿈이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됐다. 이미 우리에게는 미니만큼 예쁜 쏘울이 있고, 골프만큼 실용적이고 잘 만든 i30가 있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작고 예쁜 차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다. 우선 예쁘다. 옛날 마티즈들도 다 예쁘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마티즈는 예쁘기도 하고 화끈하기도 하다. 남자가 타도 참 잘 어울릴 디자인이다.
디자인의 특징은 날카로운 선들이다. 트랜스포머가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하면 예리한 칼날을 잔뜩 붙이고 있는 것처럼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모든 선은 칼날 같다.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인 시크릿 도어 핸들도 멋지다. 디자인의 옥에 티는 헤드램프다. 전체적인 모양은 예쁘지만 그 내부는 원가 절감 차원에서 더 예쁘게 꾸미기 힘들었단다. 크기는 거의 최대로 키웠다. 오버행을 극도로 줄여 실내 공간도 기대 이상으로 여유 있게 뽑아냈다. 운전석 다리 공간이 넉넉하고, 뒷좌석도 생각보다 넓다. 어린 두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네 명이 넉넉하게 탈 만하다.
실내도 예쁘다. 센터페이셔의 V라인이 돋보이고, 대시보드 플라스틱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폴크스바겐 뉴 비틀처럼 보디 컬러 패널을 도어에서부터 대시보드까지 꾸민 것이 화려하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편의 장비 중 유일하게 낙제점을 받을 부분은 오디오다. MP3 CDP와 AUX, USB 연결 단자까지 있어 확장성에서는 부족함이 없지만 음질은 마치 1만∼2만원짜리 PC 스피커 수준이거나 오히려 그 이하일 정도다.
스티어링 휠을 잡아보면 ‘오, 이거 물건인데!’ 하는 감이 확실하게 온다. 크기가 딱 스포티한 정도인데다 손으로 감싸는 부분을 파낸 실력이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으면 딱 스포츠카다. 스티어링 휠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은 회전계와 연료계가 디지털이라 재미있다.
새 마티즈의 심장으로는 드디어 4기통 1리터 배기량의 새로운 엔진이 얹혔다. 동급 최초의 DOHC 엔진이다. 최고출력 70마력/6400vpm과 최대토크 9.4㎏·m/4800v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자동 4단만 선보였는데, 수동 변속기는 차후에 등장할 예정이다. 변속기는 크게 부족함 없이 깔끔하게 작동한다. 각 단의 변속 속도는 45, 95, 140㎞/h다. 가속은 기존 모닝이나 마티즈에 비해서 살짝 더 경쾌하다. 3단 140㎞/h까지의 가속도 생각보다 무난하다. 경차로 이 속도까지 달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평지에서 160㎞/h까지도 가속이 가능했다. 동료 기자들의 평가를 들어 보면 차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고 예쁘면서도 넉넉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장점 중 백미는 세련된 서스펜션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에서 안정감과 탄력이 조화를 이루며, 과속 방지턱을 넘어 보면 경차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반동이 매끄럽다. 기본적으로 신고 있는 155/70R14 타이어와의 조화도 부족함이 없다. 140㎞/h를 넘는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경차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상이다.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과 어울려 반응이 빠른 핸들링도 운전의 재미를 높여준다. 이 정도 매력적인 하체가 뒷받침된다면 터보 엔진을 얹어 출력을 높이고 지붕을 좀 잘라내서 키를 낮춘 경 스포츠카를 만들어도 좋겠다.
글·사진=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