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봉한 장진 감독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세 명의 대통령이 등장한다. 임기말년에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고민에 휩싸이는 김정호(이순재), 젊고 강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차지욱(장동건), 이혼 위기에 처한 첫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
차례로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되는 이들은 같은 차량을 의전차로 타고 다닌다. BMW의 신형 750Li 모델이다. 이 영화는 차의 외관만 스치듯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간의 대화 등 비중 있는 내용들이 차 안에서 전개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레 차의 안팎을 노출시키고 관객들의 관심을 끌도록 했다.
김정호 대통령은 이 차의 가격을 궁금해하고, 차지욱 대통령은 이 차 안에서 주사바늘을 염려하며, 한경자 대통령은 이 차를 직접 운전하기까지 한다. BMW코리아는 750Li만 한 대를 협찬했는데 그에 비해 홍보효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기왕이면 BMW 7시리즈 중 최고의 사양을 자랑하는 760Li가 출연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촬영 당시에는 해외에서도 갓 발표된 상태라 캐스팅이 어려웠다고 한다.
사실 영화나 TV에 소품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보는 이의 관심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제품간접광고(PPL)는 이제 단순한 ‘협찬’ 이상의 의미까지 갖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만 해도, 국내 출시예정인 신차가 발표회도 갖기 전에 방송으로 먼저 안방극장을 찾아가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다음 달 출시될 준대형급 신차 ‘K7’을 첩보액션 드라마 ‘아이리스’에 등장시켰다. 아이리스는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등 호화캐스팅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의 액션으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는데, K7은 극중 김현준(이병헌)이 타는 차로 11월 중반 방영분부터 등장할 예정이다. K7 외에도 포르테, 포르테 쿱, 로체 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기아차가 드라마 전편에 등장한다.
아우디코리아는 SBS 수목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준중형세단 A4의 고성능 버전인 ‘뉴S4’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뉴S4는 주인공 황태경(장근석 분)의 애마로 등장해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았다.
GM코리아도 캐딜락 브랜드의 중형 럭셔리 SUV인 ‘올-뉴 SRX’를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에서 먼저 공개했다. 캐딜락은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밥줘’ 등에서 주인공들의 차량으로 등장, 이미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와 관심을 얻은 바 있다. 올-뉴SRX는 다음 달 국내에서 출시 예정이다.
푸조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 그리고 르노삼성자동차는 자동차 영업사원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KBS 드라마 ‘열혈장사꾼’을 지원했다. 극중 승주(최철호 분)의 차로는 푸조 407쿠페와 607세단이, 재희(채정안 분)의 차로는 푸조 308CC가 등장한다. 푸조전시장과 르노삼성자동차 매장이 등장인물들의 활동무대로 나온다.
KBS2 월화 드라마 ‘공주가 돌아왔다’에서는 주인공 장공심(황신혜 분)과 강찬우(이재황 분)의 차량으로 재규어 XF와 XJ가 등장한다. 폭스바겐코리아는 MBC 주말 드라마 ‘보석비빔밥’에 페이톤, CC, 파사트, 뉴 비틀 카브리올레 등을 협찬했다.
이처럼 안방극장을 가득 메운 국내외 자동차회사들의 간접광고는 화려한 저택이나 의상처럼 보기 좋은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으로 인해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등장인물 모두가 한 브랜드의 차를 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