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고민스러운 일 중 하나가 금융시스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지급결제시스템의 신뢰도와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는 것입니다. 지급결제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곧 전체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 CIO인 지춘우 전산정보국장은 한국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 한국은행의 CIO로 임명됐다. 그 당시 한국은행은 자사뿐 아니라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신한국은행금융결제망(BOK-Wire) 시스템의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때문에 지춘우 국장은 CIO로 임명되자마자 첫 과제가 바로 신한은금융망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한은금융망 시스템은 한국은행과 은행, 증권사, 종합금융사 등 120여개 금융기관의 전산시스템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금융거래를 한국은행의 당좌계정에서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유일의 거액지급결제시스템이다. 한국은행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총액결제방식으로만 운영된 한은금융망을 지급결제시스템의 국제적인 흐름에 맞춰 총액결제방식과 상계결제방식의 장점을 수용한 혼합형 결제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춘우 국장은 CIO로서 첫 번째 임무였던 만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오픈하는 데 전력을 다했고 5월 4일 시스템을 오픈했다. 신한은금융망 시스템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기까지 모든 역량을 집중했던 지춘우 국장은 최근 들어서야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의 역량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투자 1순위는 ‘정보보호 강화’=신한은금융망 프로젝트 외에 지 국장이 제일 먼저 나서 추진한 것은 정보보호 강화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중앙은행으로 지폐와 동전 등 화폐를 발행하고, 금리·통화량 등 실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변수를 조절하는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곳이다. 또한 금융기관을 상대로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 주는 ‘은행의 은행’이자, 국고금을 수납하고 지급해 주는 ‘정부의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정보를 많이 보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 국장은 지난 8월 기존에 분산된 정보보호 인력을 통합하고 새로운 인력을 더 보강해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향후 예상되는 각종 사이버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정보보호업무를 전문적, 상시적,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는 5명 수준이지만 향후 조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지 국장은 “해킹 등 정보화 역기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조직 신설과 함께 정보보호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현재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보보호 강화 차원으로 유해 인터넷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인터넷접속통제시스템을 구축했고, 현재 정보유출방지를 위한 보안USB 메모리 도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지난 7·7 분산서비스거부(DDoS) 사태시 직접적인 공격은 받지 않았지만 해킹 및 사이버 공격 시도 등이 꾸준히 탐지되고 있는 만큼 DDoS 관련 보안장비 설치 등도 검토하고 있다.
지 국장은 “앞으로도 상시 보안 관제체제 구축 등 사이버 테러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정보보호 유관 기관 및 사업자들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등 중앙은행으로서의 시스템 안정성 확보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특히 외국 중앙은행들의 정보보호 사례 벤치마킹에도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IT거버넌스 정착과 IT부서 위상 강화=지 국장은 보안 문제 외에도 IT거버넌스에 관심이 높다. 향후 한국은행 CIO로서 IT거버넌스를 정착시키는 것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
특히 그는 IT거버넌스의 영역 중 IT위험관리와 비즈니스의 연계 등에 관심이 많다. IT부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열정이 대단하다. IT인력들의 승진, 대우, 경력관리 측면에서 타부서 직원들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사기를 진작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지 국장은 “IT부서를 일반 타직원 부서들이 선호하는 근무부서가 될 수 있도록 IT의 가치를 높여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은행의 고유기능인 통화정책 및 조사연구 관련 최적의 의사결정을 IT측면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행 IT부문의 국제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들과의 공조체제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일본은행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정기적인 IT모임을 유럽의 중앙은행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그는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예정인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위한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내년에 추진할 ISP 컨설팅을 통해 △서버통합을 통한 그린IT 확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고도화 △데이터센터 리모델링 △의사결정지원시스템 구축 등의 추진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은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 경제 정책 및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예를 들면 통화정책 부문의 정책결정지원시스템 등이 고려대상이다. 그는 이런 의사결정지원시스템으로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데이터웨어하우스(DW) 등의 툴을 활용하는 것은 염두해 두고 있다.
지춘우 국장은
이리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했으며 1981년 한국은행에 입행했다. 28년 동안 절반 가까운 시간을 전산정보국에서 보냈으며, 나머지 기간 동안은 경제통산국, 금융결제국 등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199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주재사무소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올 4월 한국은행 전산정보국장(CIO)에 임명됐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