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 - LG전자 김경호 전무

 LG전자 CIO직을 맡은 지 5개월째인 김경호 전무는 LG전자의 3대 전략 키워드인 ‘글로벌˙1등˙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IT 지원 방안 마련에 한창이다. 김 전무의 진두지휘하에 LG전자의 IT 추진체계 2.0 전략은 핵심 가치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글로벌 IT체계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지원 툴의 활용도를 높이고 IT 지원의 유연성 및 신속성을 강화해 세계 1등을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 전략에 발맞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까지 숨가쁘게 구축되어온 시스템 정비, IT 자원의 적재적소 재배치 및 활용도 제고를 고민하고 있다. IT 자원과 노력은 핵심 가치에 집중돼야 한다는 김경호 전무는 “2.0 전략의 핵심은 바로 20:80”이라고 강조했다. 유명한 팔레토 법칙이 IT 전략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80%의 비즈니스 가치를 좌우하는 우선순위 20%의 업무에 자원과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IT 프로젝트의 속도와 비즈니스 효용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뜻이다.

 ◇‘20:80’이 해답이다=김 전무가 취임한 이후 LG전자 정보전략팀의 프로젝트 기안지는 2페이지가 더 늘었다. 프로젝트 기안자로 하여금 프로젝트 실패를 가정할 경우 예상 요인을 1페이지로, 또 프로젝트 성과를 타당성 있는 근거와 수치로 보여주는 1페이지를 만들어 추가하도록 했다. 실패 요인을 극복할 수 없는 경우이거나 매출 증가 및 재고 감소 예상 등이라고 모호하게 적었다가는 영락없이 퇴짜를 맞는다. 김 전무는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그저그만인 IT 프로젝트가 아닌 철저히 성과 중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성과 없는 IT 프로젝트에는 시간과 자원 낭비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T 프로젝트의 성과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김 전무는 ‘타임투마켓’과 ‘타임투밸류’으로 요약한다. 김 전무가 말하는 타임투마켓의 핵심은 IT 개발 추진 시에 표준화된 공통 플랫폼을 적용해 빠르게 개발 완료하고 신속히 비즈니스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고객관계관리(CRM) 통합 프로젝트에서도 표준 플랫폼 설계에 우선 착수했다.

 또 중복된 기능의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합하고 간단한 수정만으로 빠르게 프론트 화면을 구현해낼 수 있도록 공통 영역을 최대화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다. 김 전무는 “향후 모든 IT 프로젝트를 공통 플랫폼 기반에서 추진해 중복 개발을 방지하고 프로젝트 소요 시간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임투밸류란 우선 집중해야 할 가치에 역량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업무 애플리케이션들의 활용도부터 검토해야 한다. 현업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잔존하면서 시스템 자원과 관리 노력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영정보시스템(EIS)을 포함해 의사결정을 위한 BI 리포트 툴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잘 사용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이런 툴에 대해서는 사용을 권고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도 활용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과감히 제거할 계획이다. 철저한 활용도 관리를 통해 IT 자원이 비핵심 업무에 20% 이상 투입되는 것을 막게 된다.

 가치 중심의 속도를 강조하는 연계선상에서 대규모 IT 프로젝트의 가동 방법도 바꾼다. 김 전무는 “향후 추진되는 IT 프로젝트는 세부적인 것까지 모두 개발 완료된 후 오픈하는 롤-아웃 방식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요소 부문 오픈 후 사용자 요구에 맞춰 수정 및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시스템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고 사용자의 실질적인 요구에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핵심 애플리케이션 전략 재수립과 BI 구현 집중=LG전자는 최근 3년간 활발히 구축해 온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강화를 목표로 오퍼레이션 영역 강화에 이어 유통채널과의 협력, 수요계획 예측성 강화를 위한 IT전략 재수립을 마쳤다. 단일화된 채널을 통해 시장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합 CRM에 대한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정보의 창’ 구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데이터는 넘쳐나는데 사용자들은 정작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한다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구현해 사용자가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원 윈도(One Window)’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직급 및 역할별 사용자군을 그룹화하고 어떤 정보를 모아 한 창에 보여줄 것인가 기능 리스트를 작성중이다. 지난 몇 년간 구축해온 글로벌 ERP와 기준정보 체계가 양질의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전무는 “범람하는 데이터 중 재고, 매출, 수익 등 꼭 필요한 정보만 쉽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굵직한 IT 프로젝트들이 내년 본격화됨에 따라 그간 사용해온 IT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추가적인 솔루션 도입도 검토하게 된다. 다양한 솔루션 도입이 예상됨에 따라 도입 표준안도 재검토하고 있다. 벤더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부터는 솔루션 도입 시 복수표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모든 IT 제품에 대해 복수 표준을 적용하며 좋은 가격 조건과 성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둘 이상 도입해 시스템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지만 “특정 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에 전사 아키텍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기술력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설턴트 경험 살려 ‘비즈니스 가치’에 집중=액센츄어에서 ERP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김 전무는 3년 전 액센츄어타이완의 한국인 지사장으로 발탁됐다. 현지 법인에서도 한국인 지사장을 의아해 했지만 김 전무는 긍정적 마인드와 빠른 분석력으로 에이서(ACER) 등 대만의 주요 전기전자 및 제조분야 기업들의 IT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의심의 눈초리를 불식시켰다.

제조업과 하이테크 분야에 강점을 지닌 대만에서 통찰력과 국제 감각을 키운 김 전무는 IT 프로젝트 이후를 고민하는 CIO가 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IT 프로젝트 추진 기간은 매우 짧은데 컨설턴트 당시에는 프로젝트만 바라봤다“면서 “이제는 IT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장기간의 비즈니스 효용성 중심으로 가치 판단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김 전무가 LG전자의 기업 문화와 인적 저변까지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전무는 IT 인력들이 한 분야밖에 모르는 폐쇄적 전문가가 아니라, 특정 부문 전문성은 갖추되 전사 관점에서 통합과 연계를 수행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육성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SCM 시스템 관리자가 CRM 시스템도 관리할 수 있도록 업무 능력을 배양하고 교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궁극적으로 시스템과 인력을 포함해 IT 자원 전반적으로 유연성을 키우게 되며, 이러한 유연성이 LG전자의 비즈니스 전략을 IT가 신속히 지원하고 가치 기여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경호 전무는>

김경호 전무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후 앤더슨 컨설팅(현 액센츄어)에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이후 i2테크놀로지에서 SCM 컨설턴트로 재직하다 2003년도에 액센츄어에 입사해 ERP 컨설팅을 수행했다. 액센츄어타이완 지사장으로 발탁된 이후 3년간 대만 현지 제조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맡아오다 올해 6월 부터 LG전자 정보전략팀 전무(CIO)로 재직중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