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종료 지표에도 `신중모드` 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9일 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됐다는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예상밖으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모두 3.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3.5% 성장한 것과 관련, 대공황 이후 최장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신호라고 여기면서도 완전한 경제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고온 경제침체의 최대 희생자인 서민들이 실업과 주택압류라는 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실업률이 조만간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에서 경제지표의 개선을 두고 승리의 축배를 들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3.4분기 성장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7천870억달러라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라는 점도 이번 플러스 성장의 의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오바마 “지표론 불충분..실업해결 우선”=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후 자신을 가장 괴롭혀온 경제침체의 종료 선언이나 다름없는 GDP 성장률 플러스 전환에 대해 “침체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일단 반겼다. 하지만 그는 이날 백악관에 모인 재계지도자들에게 “우리는 경제체질을 판단할 때 GDP 성장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가계지출 부담의 용이성, 기업의 고용과 실적까지 고려한다”고 말해 실업문제가 반드시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이트너 장관이 이날 미국 경제가 2년 만에 가장 강력한 성장을 통해 1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침체는 실업 문제 등에서 여전히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실업률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과 주택 압류에 직면한 가정, 신용경색을 겪는 중소사업자들에겐 여전히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침체는 여전히 생생하고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9월 현재 9.8%로 10%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이런 고실업 상태가 지속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앞으로 1년 정도 남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플러스 성장반전에 대해 말을 아끼는 또다른 이유는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에 기여한 효과가 3∼4%라는 자체분석 때문이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경기부양책이 없었다면 미국의 경제성장은 거의 없었거나 마이너스가 된다.

◇일자리, 정치쟁점 부상=미국의 경제성장은 민주 공화 양당을 넘어 초당적인 관심사였던 만큼, 이날 성장률 발표에 대해서는 공화당 진영에서도 일단 환영의 표시를 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우리 경제의 긍정적인 지표는 무엇이든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일자리 없는 경제회복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이 아니다”라며 오바마 행정부 경제운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너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은 1조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즉각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업률을 8%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그이후 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도 10% 가까이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업률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실업률 해소를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앞서 게리 로크 상무장관은 지난 21일 미국 경제의 최대장애 요인으로 여겨지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수출을 핵심 전략의 하나로 삼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