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에서 시스템 보안을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그는 기자에게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대뜸 물었다. 정부기관들의 모든 정보시스템이 정부통합전산센터에 모여 있는 것이 바람직한 지 의견을 물은 것이다. 올해 제3 정부통합전산센터 설립까지 확정된 마당에 공무원이 기자에게 통합센터의 효용성을 묻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그는 통합센터에 시스템을 두고 있는 기관들이 얼마나 답답해 하는지 아느냐고 하소연했다. 통합센터는 정부기관별로 분산 구축·운용하던 정보자원을 통합하고 국가 차원에서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의 중요 정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이 공무원은 통합센터 책임자들이 ‘비용절감’만 외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서버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을 통합 구매할 때 기관에 맞는 최적의 시스템을 선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대량 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기관이나 기업이 시스템 운영비를 줄이려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칫 비용절감만 강조하다 보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스템 구매 비용이나 운용 비용을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시스템의 안정성이나 확장성, 유연성 등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IT전문가는 “한 정부기관은 시스템을 통해 거래되는 금액이 하루에 무려 2조원이 넘는다”며 “만약 시스템에 장애가 난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스템 안정성에 초점을 뒀으면 좋겠는데, 통합센터는 시스템 구매비용 절감을 가장 높은 성과로 얘기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최근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장애를 사전에 감지해서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통합센터의 장애 대응이 느리다는 점이 이 시스템 구축의 핵심 배경이었다. 지금까지는 시스템 장애가 발생해도 통합센터가 먼저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데스크로 고객들의 불만이 접수되면 그때서야 장애 사실을 알고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작은 장애가 발생해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 지금 이 기관은 조기경보시스템을 통해 장애를 감지하면 그 정보를 통합센터에 알려주고 있다. 대부분의 미미한 장애는 기관에서 자동으로 원격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을 한곳에서 집중 관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무조건적이고 일률적인 구매관리 방식은 문제가 있다.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비용절감 효과가 아무리 큰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가 제1 정부통합전산센터를 운영한 지도 벌써 4년이 다 돼 간다. 이제라도 그동안의 운영 성과를 면밀하게 검토해보고, 잘못된 관행이나 정책은 개선해야 할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