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이 500달러인데, 그가 들고다니는 휴대폰이 500달러짜리입니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만난 한 한국인 기업가로부터 들은 말이다. 현지 젊은이들의 강한 소비욕구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베트남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아시아의 ‘대표적 신흥국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1인당 GNP는 1024달러에 불과하다. 경제중심지인 호치민의 GNP도 기껏해야 2500∼3000달러 수준이다.
베트남 휴대폰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7320만명에 달한다. 보급률이 무려 86%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IT제품에 관심이 매우 높다. 기자가 고가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젊은 직장인에게 ‘휴대형멀티미디어기기(PMP)’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여유(월급)만 되면 사고 싶다”는 말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다. 휴대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접한 젊은이들은 ‘월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IT기기 구입을 꺼리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한국 이미지는 기대 이상으로 좋다. 과거 전쟁으로 인한 아픔에도 불구, 한류가 여전히 남아 있고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가 통한다.
올해 한·베트남 양국간 교역은 100억달러를 내다본다. 베트남은 한국의 6대 무역흑자국, 한국은 베트남의 6대 교역국으로 떠올랐다. 또 한국은 지난해 말 현재 베트남에 2058건, 총 165억 달러를 투자해 건수 기준 1위, 금액 기준 4위의 투자국이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서 이곳 전쟁기념관에 있던 한국군의 베트남 전쟁관련 전시물이 사라졌다. 2주전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 베트남을 찾았다. 그는 이곳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지금 베트남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화하고 있다. 올바른 일이다. 과거의 적이 지금은 친구가 되는 시기다. 바로 실용의 위력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그 개선책에는 현지 기업인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기업인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길때 베트남은 다시 친구이자 ‘동생’이 될 수 있다.
호치민(베트남)=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