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대표 스티븐 길)와 한국후지쯔(대표 김방신)가 1일 지난 6∼7월 신임 대표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각각 외국인 대표 선임과 외부인사 영입으로 관심으로 모았던 두 회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임 대표의 전략과 스타일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국HP, 영업 전문성 강화=한국HP는 1일 시작된 새 회계연도에 맞춰 시스템·솔루션 부문 제품사업부와 기업영업 조직 일부를 결합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본지 2009년 10월 12일자 5면 참조
엔터프라이즈세일즈 조직은 주요 20∼30개 고객을 전담하는 형태로 역량을 집중했다. 나머지 중견·중소기업 영업은 기존 엔터프라이즈서버스토리지(ESS)사업부에 네트워크 부문이 더해진 ESSN이 담당한다. 각 제품별로도 고객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 강화가 기대된다.
사업부별 매니저는 대부분 유임됐지만 IT서비스를 담당하는 ES사업부 매니저는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가 영입됐다. 더불어 EB와 ES사업부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통한 감원이 진행됐다.
지난 7월 취임한 스티븐 길 사장은 아직 언론 등에 공식적인 사업구상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직개편으로 영업역량 집중·전문화와 구조개편 의지를 보였다. 다만 길 사장으로서는 지난 1년 사이에만 세 차례 감원이 이뤄지는 등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은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후지쯔, 마케팅 강화=지난 6월 비IT업종인 현대자동차 출신 김방신 사장을 영입했던 한국후지쯔도 1일 마케팅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했다. 앞서 지난 4월 새 회계연도 시작에 맞춰 큰 폭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던 만큼 개편 폭은 작았지만 현대차에서 ‘마케팅통’으로 불렸던 김 사장의 컬러를 확실히 드러냈다.
한국후지쯔는 기존 프로덕트솔루션본부 아래 있던 마케팅부를 독립조직으로 분리, 확대했다. 단순한 제품 마케팅이 아닌 전사 차원의 대내외 마케팅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김 사장이 취임 직후 밝혔던 대로 지난 수년간 실적 둔화와 구조조정 속에 가라앉은 회사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꿔 ‘뉴 후지쯔’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후지쯔는 이 외에도 직원들로 구성된 경영혁신TF를 가동 중이며, 사내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온라인사보 발행을 준비하는 등 분위기 쇄신에 힘쓰고 있다.
9월 끝난 2010회계연도 상반기 실적도 전년 대비 많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실적개선은 앞서 이뤄진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컸던 만큼 향후 실질적으로 어떻게 매출을 끌어올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한국후지쯔의 연 매출은 지난 2년간 뒷걸음질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