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경쟁력 확보해야 지속경영 가능”

“구매 경쟁력 확보해야 지속경영 가능”

 “효율적인 구매시스템 해결 없이 지속 가능 경영은 불가능합니다.”

 류성국 한국 구매전문가협회 회장은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구매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기업의 가장 큰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협회는 지난달 서울조달청에서 ‘공급관리 콘퍼런스’를 열었다. 올해로 3회를 맞는 이 행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구매·조달 세미나 관련한 큰 잔치다. 행사를 전후로 구매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인다. 경기 불황으로 시장이 바짝 얼어 붙었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3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리에 폐막했다.

 “국내에서도 구매와 공급 관리를 새롭게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품질·기술 경쟁력 못지않게 공급 관리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매가 단지 돈을 주고 부품과 자재를 구매하는 행위가 아니라 가격· 품질·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총체적인 프로세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품 가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90%에 달한다. 기업 투자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만큼 구매 시스템은 관심을 가질수록 개선의 여지가 많다. “GM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공급 관리 시스템 때문입니다. 대신에 도요타는 협력업체와 실핏줄 같은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어느 기업도 따라 올 수 없는 생산성을 올렸습니다. 올해 경기 불황에도 삼성· LG전자가 눈부신 실적을 올린데는 수년 동안 구축한 체계적인 공급 망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류 회장은 “앞으로 구매 흐름을 포함한 공급 망을 제대로 관리하는 회사가 앞서 갈 수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선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구매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교육 기관은 커녕 변변한 프로그램조차 없습니다. 아직도 대다수 기업이 주먹구구식입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구매 노하우와 쌓이지 못하고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더구나 구매는 기업에서도 일급 기밀입니다. 기업끼리 기본 내용조차 공개를 꺼려 전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협회는 우선 과제로 구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 대학원에 학과 개설을 추진 중이다. 또 기업체에서 요청이 많아지면서 처음으로 구매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에서 만들고 있다. 류 회장은 “정보기술에 앞서 있는 우리나라지만 구매 분야는 기본 통계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라며 “협회가 산업계의 효율적인 구매 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사진 =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