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의 학교 라이선스(SA:School Agreement) 계약이 학교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비싼 라이선스 사용료를 요구한다며 집단 반발했다. 교육청들은 특히 한국MS의 SA가 꼭 필요한 PC 운용체계(OS)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오피스 소프트웨어(SW)를 묶음으로 사도록 해 사실상 불평등 계약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말 결성한 ‘시도 교육청 업무용 SW 실무위원회(이하 시도 교육청 SW 위원회)’를 통해 한국MS에 SA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한국MS가 거부하자 몇몇 교육청은 한국MS와 재계약을 미루고, 최악의 경우 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국 교육청이 반발하는 이유는 한국MS가 지난해 SA 계약방식을 기존 학급별 계약에서 PC 대수 계약으로 바꾸면서 라이선스 비용이 최고 220%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시도 교육청 SW 위원회 관계자는 “학급 수 기준으로 산정하던 PC 수량을 전체 PC 보유대수로 바꿨으며 단가도 과거 2만5000원 수준에서 3만2000∼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며 “시도 교육청 SW 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8학급 기준으로 1년에 100만원을 내고 라이선스를 썼으나 계약 변경으로 32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MS의 SA가 불평등 계약이라는 불만도 고조됐다. OS가 필수품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오피스 SW를 끼워파는 것은 가격을 올리고 국산 경쟁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경북 교육청 관계자는 “전문 교육보다 기초 교육이 중심인 초·중·고에서 라이선스 제품군 모두를 이용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OS만 따로 구매해 오피스SW 등을 국산으로 쓰고 싶으나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MS가 해당 PC의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교육과학기술부에 등록된 PC 모두에 라이선스 구매를 요구한 것도 논란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성능이 낮아 사용하지도 않는 PC에 OS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전국 교육청은 이 때문에 등록된 PC가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 수 등 명확한 데이터를 산정 기준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재계약을 거부하고 교과부와 협의해 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MS 관계자는 “SA와 관련해 교육계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