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폐막한 ‘FPD 인터내셔널 2009’ 행사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 리더십을 재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화질과 두께 경쟁은 물론 친환경·터치·3차원(D)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국내 업체들과 해외 추격 업체들의 실력차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신제품 경쟁력에서 확연히 앞섰던 반면, 일본·대만 업체들은 현재 시장 트렌드를 따라오는 것조차 버거운 분위기였다.
삼성전자는 개막전 공개한 ‘니들슬림’ 제품군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일부 참관객 가운데는 두께가 불과 3.9㎜에 불과한 40인치 TV용 패널을 직접 만져보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직하형·에지형 LED TV 장점만을 흡수한 일명 ‘모듈라형’ LED TV용 패널을 소개해 눈길을 모았다. 백라이트유닛(BLU) 도광판을 총 192개 영역으로 나눠 두께는 줄이고 화면분할구동(로컬디밍)은 가능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에 비해 한때 LCD 기술 원조였던 일본 샤프나 우리나라 경쟁사인 대만 AUO·CMO 등은 여전히 LED BLU LCD 제품 구색면에서 한참 뒤처졌다. 샤프는 ‘개구율’을 20% 향상시킨 패널을 관람객에 소개했다. 개구율은 LCD 패널 전체 면적 중 발광에 이용되는 영역의 비율을 뜻하는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에너지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비록 자사 기존 제품군 대비 전력소비량이 20%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광원으로 사용했다. 전력면에서는 물론 두께 싸움에서도 국산 제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AUO·CMO 역시 초보적인 수준의 작은 LED TV용 패널을 선보이긴 했지만 두께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국내 제품들이 패널 두께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테이블 받침을 이용해 벽과 거리를 두고 전시한 반면, 해외 업체들은 LCD 두께를 인식할 수 없게 벽걸이 형으로 밀착시켜 놓은 점도 대조적이었다.
홍주식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LED BLU 기술을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다 보니 해외 업체들은 두께 경쟁에서 게임이 되지 않는다”며 “터치스크린이나 3D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기술 흐름을 이끌어가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요코하마(일본)=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