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전자부품이 국내 울타리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로 인해 한국산 부품이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덕분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 투자와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결과가 조금씩 효과를 봤다. 특히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전자제품에 한국산 부품이 채택되는 사례가 빠르게 느는 것도 주목됐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전자부품을 소싱하려는 글로벌 전자회사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전자부품 업체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특히 올해 들어 일본 업체와 공급 계약을 진행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휴대폰용 터치패드를 생산하는 에스맥은 일본 세트업체인 S사, T사, P사 등과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일본업체들은 그동안 자국 부품업체에서만 구매를 했지만,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지자 한국산에 눈을 돌렸다. 한국 부품의 성능 테스트도 양호하게 나타나 만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트론은 최근 유럽 B사에 광마우스 50만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 C사와도 내년 1분기에 제품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스 내장형 안테나를 개발한 국내 중소기업 탑네트워크는 샤프가 개발 중인 MS폰에 내달 제품을 공급하는 쾌거를 거뒀다. 소형 감속기 모터 전문업체인 SPG는 과거 일본 업체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제품을 생산했지만, 지금은 기술 혁신을 거듭해 오히려 일본에 역수출한다.
개별 부품 회사가 일본 세트업체와 거래하는 물량은 아직 수십억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 세트업체들은 부품 채택에 신중하고, 일단 거래를 시작하면 오랜 관계를 지속하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자체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판매가 자체도 기존 국내 세트업체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내 부품업체에 좋은 기회가 됐다.
이성철 에스맥 사장은 “지난해부터 국내 부품업체들이 세계 시장으로 거래처를 다변화하는데 특히 일본 업체와의 거래가 눈에 띄게 는다. 아직 거래 물량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국내 전자부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