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마무리한 3분기 세계 주요 휴대폰 업계 실적 발표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영업이익의 악화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 이어졌던 수요 침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지만 이익이 뚝 떨어졌다.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는 판매가 저조한데다 순손실도 아닌 영업 적자까지 기록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부동의 1위인 노키아는 지난 1996년 이후 처음 분기 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LCD에 이어 휴대폰에서도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3분기의 스타는 단연 삼성전자다. 분기 사상 처음으로 6000만대 판매량을 보이며 노키아·모토로라에 이어 세 번째로 누적판매량 10억대 선을 돌파한 삼성의 영업이익률은 10%로 집계됐다.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행진이다.
LG 역시 분기 판매량 3000만대 고지를 넘어서며 안정기조를 보였다. 하지만 두 자릿수에 올랐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8.4%)로 내려앉았다.
13년 만의 충격적인 분기 적자를 기록한 노키아를 포함한 해외 빅5의 침체의 골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총 1억850만대를 판매한 노키아의 영업이익률은 11.4%로 2분기 대비 0.2%포인트(P), 전년 동기 대비 7.2%P의 하락세를 보였다.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의 적자세도 계속됐다. 더욱이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 2개사의 저조한 성적표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가 상위 3개사로 집중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로선 4분기 이후 전망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휴대폰 업계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전략 도구로 부상한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새로운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되레 삼성과 LG가 스마트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해외 3사의 수익 구조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노키아는 삼성·LG에 비해 뚜렷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지 못한데다 북미지역에서 지속된 부진,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모토로라는 위축된 휴대폰 사업의 새 돌파구로 삼고 있는 드로이드(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가 다음 달 출시를 앞둬 레이저폰 이후 휴대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불황 속 호황을 누리는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과 림(RIM)도 경쟁에 변수다. 업체들이 저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가의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획기적인 수요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한 휴대폰 업체의 치킨게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삼성 제외한 `빅5` 마이너스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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